"지난 1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남들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지금이라도 진실이 밝혀졌으니 이제 다시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면 살겠습니다." 지난해 10월 쌀 직불금 사태로 취임 7개월여 만에 사임한 이봉화 전 보건복지가족부 차관은 최근 검찰로부터 쌀 직불금 부당수령과 관련해 무혐의 처분을 받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 전 차관은 "9월 초 검찰로부터 '남편이 수개월간 실제 농사를 지었으므로 무혐의'라는 내용의 우편물을 받았다"며 "1년 동안 마음고생한 것이 그제서야 사그러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초 이 전 차관은 농민들에게 주는 쌀농사 소득 보전 직불금을 위법 신청했다는 보도가 언론에 나온 이후 하위 공무원으로 시작해 이룬 성공 신화의 주인공에서 하루 아침에 '비리 공무원'으로 낙인 찍히며 바닥까지 떨어졌다. "19살 어린 나이에 7급 공무원부터 시작해서 30년간 자신과 싸워오며 올라온 자리였는데 일생을 걸려 이룬 것이 하루 아침에 사라져 버리니까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더라고요. 누구라도 붙잡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해명할 기회도 없고 모든 사람들이 저를 비난하니까 당혹스러웠어요" 결국 이 전 차관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이임사에서 밝혔듯이 공직생활을 하면서 자기관리와 노력을 철저히 했고 성실성과 노력으로 차관에까지 올랐지만 가장 가까운 남편이 한 일을 모르고 있었던 게 큰 화가 됐다. 이 전 차관은 "남편이 저에게 귀띔이라도 조금 해줬다면 좋았을텐데, 제 이름으로 된 땅이지만 저는 무슨 일인지도 몰랐고 땅을 팔았던 것조차 뒤늦게 알았다는 게 답답했다"고 아쉬워했다. "어렵게 공직생활을 하며 높은 자리에 올라가거나 맞벌이를 하면서 가정도 이끌어 가는 직장 여성들이 저를 보고 힘을 얻었는데 제가 그렇게 돼서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는 이후 몇 달을 집에서 칩거하며 지내야 했다. 그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신앙의 힘'이었다. 그러나 마냥 쉬고 있을 수는 없었다. 공무원으로 국민들에게 헌신하며 명예와 소망으로 버텨온 30년이었기에 다시 힘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전 차관은 "내 힘으로 다시 일어서겠다고 다짐했고 진실은 자연히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오히려 지금 생각하면 그 때가 세상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요즘 속초에 있는 경동대학 부총장과 학교 비전특성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학교의 중장기 발전 계획을 짜고 있다. 서울과 속초를 오가는데다 건국대 석좌교수, 게이오대 객원교수까지 맡아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맡은 학교 일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다시금 일하는 여성의 '롤 모델'로 일과 명예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일하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웃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