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공격갈등 경제 전쟁으로 비화조짐

미 언론과 정치인들이 미국의 이라크 정책에 반대하는 프랑스와 독일을 연일 성토하고 있는 가운데 의원들 사이에서 이들 국가에 대한 무역 보복 방안이 제기되는 등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투자자들도 유럽 회사의 채권 매입을 거부하는 등 이라크전에 대한 의견차가 경제 마찰로 비화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와 CNBC TV에 따르면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 의장(공화)은 지난 주말 휴양지에서 동료 의원들에게 미국에 대항하는 프랑스를 보복하기 위해 프랑스산 생수와 포도주에 대한 보건기준을 강화하는 법안을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해스터트 하원 의장은 프랑스산 포도주가 정제 과정에서 소의 피를 일부 사용하고 있는 만큼 광우병 여부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이와 관련, 프랑스산 포도주에 대한 제재 방안으로 정제 과정에 소의 피를 사용하고 있음을 공지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알프스의 빙하에서 채취한 에비앙을 비롯, 프랑스산 생수는 미국에 1년에 6,500만 갤론이나 수입되고 있는데, 미 의원들은 이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도 거론하고 있다. 특히 지난 주말 몇몇 기관 투자가들은 프랑스의 전력 장비 회사인 로그랑의 채권 매입을 거부했다. 독일에 대해서는 미군 철수와 경제 압력이 동시에 가해지고 있다. 실제 던컨 헌터 군사위원장을 비롯, 공화당 하원 의원들은 독일 및 유럽에 주둔 중인 미군 병력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기업들은 미국의 이 같은 강경 입장이 독일에 대한 무역 제재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신문 광고와 컨퍼런스를 통해 미국과의 경제적 협력 관계를 강조하는 켐페인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독일은 지난 2001년 기준으로 미국에 678억 유로(726억 달러)의 상품과 서비스를 수출하고 있는데, 만일 미국에 대한 수출이 10% 줄어들면 독일 경제 성장률은 0.33% 하락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공화당의 존 맥케인, 민주당의 조셉 리버만 상원 의원 등은 18개 유럽 동맹국 가운데 프랑스 및 독일과 달리 미국의 정책을 지지하는 국가에 감사하는 결의안을 추진중이다. 톰 딜레이 하원 의원은 “프랑스와 독일이 국제사회에서 위험한 선으로 걸어가고 있다”며 최근 유엔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통해 미국의 정책에 공공연히 반대해 온 전통적인 유럽 우방국을 비난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정구영기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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