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시에 생명을 구하기 위한 방독면이 오히려 목숨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에 보급된 방독면의 35% 이상이 불량품인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1년부터 추진돼온 ‘국민방독면’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8일 소방방재청은 한국표준과학원을 통해 최근 조사한 결과 2002년 9월 이전에 생산, 보급된 41만3,617개 방독면의 화재용 정화통이 모두 불량품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이제까지 전국적으로 보급된 116만4,892개 중 35.5%에 해당한다.
방재청에 따르면 문제가 된 방독면은 유독가스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화재 발생 3분 이내에 일산화탄소 농도가 350ppm을 초과함으로써 착용시 유독가스에 질식,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판명됐다. 화재가 났을 때 대피하려면 최소한 3분까지는 일산화탄소 농도가 350ppm 이내를 유지해야 한다.
이에 따라 소방방재청은 국민방독면 관리에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 자체 감사를 거쳐 예산낭비 사례까지 포함해 관련자를 엄중 문책할 방침이다. 방재청은 그러나 “2002년 12월 이후 생산된 국민방독면 58만7,467개는 모두 정상품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방재청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수차례 납품비리 등에서 성능개선이 요구돼왔는데도 대책마련 없이 방치돼왔다”며 “감사를 통해 관련자 문책은 물론 앞으로 방독면 관리체제를 국가재난관리시스템(NDMS)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