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 최장수 넘어 임기 완주하나

궂은일 앞장·무난한 일처리 강점
외부출신으로 2년3개월째 자리 지켜

/=연합뉴스

1년2개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평균 임기다. 반면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부터 2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미 역대 최장수 부위원장으로 등극한 상황.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올 하반기 개각 수요가 있다는 변수가 꼽히는 가운데 정 부위원장이 처음으로 임기 3년을 완주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9일 금융위에 따르면 정 부위원장은 지난 2013년 3월 말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후 현재까지 차관직을 수행 중이다. 10개월만 더 하면 임기를 끝낸다. 금융위 부위원장이 3년 임기를 꼬박 채우는 것은 전례가 없다. 현재의 재직기간만 보더라도 양천식(2년1개월), 유지창(2년) 부위원장 등의 장수 기록을 능가하는 것으로 금융위와 금감원으로 쪼개진 지난 2008년 이후 5명의 부위원장으로 범위를 좁히면 정 부위원장은 유일하게 2년을 넘겼다.

위원장과 비교하면 정 부위원장의 '롱런'은 두드러진다. 위원장은 부위원장보다 재임 기간이 긴 게 일반적이지만 정 부위원장의 재임 기간을 뛰어넘은 이는 유일하게 3년 임기를 다 채운 윤증현과 2년8개월의 이근영 위원장뿐이다. 그나마 김석동·신제윤 위원장이 2년2개월로 장수한 사례에 속하지만 정 부위원장에 못 미친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정 부위원장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편이다. 정치권 등 외풍에 취약한 금융위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데는 궂은 일에 앞장선 그의 역할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금융사 인사에 관여하는 실세 차관이라는 잡음도 불거졌지만 대체적으로 무난한 직무 수행에 방점이 찍힌다.

정 부위원장의 완주에 무게를 두는 쪽에서는 관료 일색이었던 역대 부위원장과 다른 역할론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가 안심전환대출의 후속으로 서민금융 종합대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민금융전문가로 손꼽히는 정 부위원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정 부위원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을 거친 고영선 노동부 차관처럼 국책 연구원(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싱크탱크 출신이다.

다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미묘한 시점이 거취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국책 연구원에서 차관급으로 발탁된 그에게 다른 역할이 주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총선에 차출될 것이라는 소문이 금융위 안팎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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