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9ㆍ11` 직후처럼 오를까

최근의 주택시장이 지난 2001년의 `9ㆍ11테러`직후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아파트 가격이 강세로 전환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라크 전쟁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기름값이 올라 경기전망이 불투명해지고, 한동안 하향안정세를 보였던 서울 강남 재건축 지역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ㆍ11테러 다음날 25.30달러였던 중동산 두바이유의 가격은 배럴당 27달러까지 급등, 투자심리를 위축시켰고 경기불안을 느낀 시중 부동자금이 주택시장으로 몰려 아파트값이 급등했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 등으로 원가 상승요인이 발생한 만큼 소폭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급등세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가상승이 아파트값 올리나=최근의 주택시장환경이 지난 9ㆍ11테러 직후와 비슷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 임박에 따라 중동산 두바이유의 10일간 평균가격은 배럴당 30달러선을 돌파했다. 때마침 봄철을 맞은 아파트값도 서울의 인기주거지역을 중심으로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 관심은 이 같은 상승세가 여타지역의 아파트값 급등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쏠려있다. 이에 대해 부동산뱅크 취재팀의 윤진섭 팀장은 소폭의 가격상승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기름값이 뛰면 우선 건설자재 및 운송비용이 오르고, 물가상승으로 임금인상 압력요인이 생겨 아파트 분양가격이 오르게 된다는 것. 한국경제연구원은 유가 20% 상승 시 주택건설비용은 0.18% 오르는 데 그치는 것으로 분석했지만 현장의 체감 원가상승률은 연구보고수준 이상이라는 주장이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고 전쟁ㆍ유가불안으로 경기전망은 불투명해 시중자금이 9ㆍ11테러 이후 처럼 다시 주택시장으로 몰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급등 우려는 적다=이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건설산업연구원의 김현아 박사는 시중자금이 몰릴 만큼 부동산시장이 큰 메리트를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재건축의 경우 안전진단 등 규제 문제가 남아있고, 저밀도지구 재건축도 추가부담금 과다논쟁 등의 암초에 부딪치고 있는 상태다. 재개발은 강북권 재개발지역 중 대부분이 오는 6월까지 2종 주거지역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 투자수익성이 불투명하다. 이미 고점에 이르러 단기차익을 노리기 어려운 아파트 매매가도 문제다. 부동산114 이상영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파트 값이 일부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단기매매차익을 노릴 소지가 적은 만큼 주택시장으로 시중자금이 급격하게 유입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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