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이 힘이다] (25) 건강한 생활과 혈압

환자 상태·측정기 성능따라 달라
혈압표준 확립 연구에 관심 필요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여러 종류의 혈압계

혈압 때문에 고생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최근 부쩍 늘어났다. 국내 성인 중 3분의1 이상이 고혈압 환자군에 속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혈압 관련 질병 위험에 노출돼 있다. 다행한 점은 고혈압으로 인한 심장마비나 심부전증, 뇌졸중 등 혈압관련 질병들은 주기적인 혈압측정 및 조절 등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혈압은 대개 동맥혈압을 말하며 심장에서 온몸으로 나가는 피가 흐르는 혈관인 동맥 벽에 미치는 피의 압력을 뜻한다. 심장은 한번 뛰는 동안 수축과 이완을 하게 되는데 혈압은 심장이 수축해 동맥혈관으로 피를 내보낼 때의 수축기 혈압과 심장이 늘어나서 피를 빨아들일 때의 이완기 혈압으로 나눌 수 있다. 혈압의 측정값이 120/80 이라면 수축기 및 이완기 혈압을 같이 말하는 것이다. 이때 사용하는 단위는 mmHg로, 수은(Hg)의 높이로 환산한 압력이다. 병원에서 간호사가 사용하는 수은 혈압계의 경우 압력을 증가시킨 후 서서히 빼면서 청진기 소리를 통해 혈압을 재는 데 이때 수은의 높이가 곧 혈압으로 환산된다. 요즘은 저렴한 가격에 자동으로 혈압과 맥박수를 측정해주는 장치가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자신의 혈압상태를 체크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고혈압 환자들은 병원마다 혈압 측정값이 틀리고 자신이 직접 집안에서 사용하는 자동혈압계의 경우도 믿지 못하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혈압계의 수치가 측정할 때마다 다른 것에는 간호사(측정자)의 숙련도, 환자(피측정자)의 상태, 측정기기의 성능 등 여러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같은 사람이 같은 환자를 측정해서 얻은 값들도 측정기기에 따라 다른 수치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혈압표준이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혈압계는 단순한 기체나 액체의 압력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동맥에 미치는 압력을 우리 몸의 근육구조를 통해 측정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혈압계 내부의 센서 교정을 통해서는 신뢰성을 확보할 수 없다. 혈압 표준은 의료산업에 있어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도 아직 표준이 확립되지 않는 분야로, 외국 유수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조차 문제가 있는 것이 적지 않다.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이 투자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건강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표준과학연구원 압력측정ㆍ평가연구실에서 산업체 지원을 위한 압력표준뿐만 아니라 혈압표준 확립에도 연구를 집중하고 있는 데 관심을 가질 만하다. 후원:한국표준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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