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업자금사정 좋아졌다

기업체의 자금사정이 크게 나아지면서 2월중 중소기업의 은행대출이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대기업들도 지난해 유상증자와 경기회복으로 매출이 증가하면서 현금흐름이 좋아지면서 은행대출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9일 「2월중 금융시장 동향」을 발표, 2월중 은행대출이 1조8,428억원(신탁대출 포함) 늘었으나 기업체의 자금대출 소폭 감소세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반면 은행들의 가계 대출은 금리 인하와 사이버 대출 확대 등 소매 금융 강화노력에 따라 1월에 비해 6배 가까운 1조8,564억이 늘었다. ◇기업 자금사정 좋아졌다= 일단 기업들의 자금조달에서 은행 의존도가 크게 줄었다. 중소기업의 경우 지난해 1월이후 13개월만에 처음으로 은행대출이 287억원 감소했고 대기업들도 현금흐름이 좋아지면서 은행대출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기업들이 은행대출을 줄인 것은 외환위기 이후 은행차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다 최근 코스닥 시장 열풍 등 직접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길이 쉬워졌기때문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최근 벤처 열풍에 따라 코스닥 공모, 인터넷 공모 등을 통해 자금사정이 나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2월중 거래소 시장에서 주식발행으로 조달된 자금은 1,000억원에 그쳤으나 코스닥 시장에서 주식발행은 6,00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자금조달이 용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은행대출을 줄인 것에는 2월이 자금비수기인데다 지난 연말 대거 발행된 상업어음의 만기도래로 상업어음 할인 등을 통한 은행대출 소요가 준 것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기업들은 직접금융, 특히 그중에서도 만기가 짧은 기업어음(CP)발행을 통해 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회사채시장이 장기금리의 소폭 하락으로 발행여건이 개선되었으나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기때문에 CP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실제 회사채의 경우 2월중 5조2,000억원 증가했으나 은행 등 금융기관의 자산담보부채권(ABS)와 후순위채권 등을 제외할 경우 순수 기업발행분은 9,000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CP의 경우 대우문제 해결으로 투신사들의 매입수요가 증가하면서 올들어 1월에 4조6,000억원, 2월에 2조1,000억원 등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대우사태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지난해 9월부터 연말까지는 CP는 큰 폭의 감소추세를 보였다. 이에따라 기업들의 긴급자금수요를 나타내는 당좌대출 소진율로 18.3%로 지난해 12월이후 3개월간 10%대의 극히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가계대출은 지속적인 증가세= 기업들이 은행들을 위한 차입을 꺼린 반면 가계대출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기업체의 유상증자 등 외부적인 요인이 없는 상태에서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는 최근 시중은행들이 소매 금융에 주력하면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시중은행의 소매금융 강화는 PC뱅킹, 인터넷 뱅킹 등을 통한 사이버 대출의 확대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최근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소매금융을 잡기 위해 가계대출금리를 인하한 것도 은행 가계대출이 증가하는데 한 몫한 것으로 분석됐다. 온종훈기자JHOHN@SED.CO.KR 입력시간 2000/03/11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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