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골프] 특별한 날의 홀인원

평생 한번도 하기 힘들다는 홀인원을 골프를 시작한지 15년 동안 3번이나했다. “홀인원을 하면 사업이 잘된다”, “3년은 운이 뻗친다”, “홀인원 하고 쓰는 돈의 100배가 되돌아온다”는 식의 행운을 기대하며 홀인원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 골퍼들의 가장 행복한 순간일 것이다. 그 만큼 홀인원을 하기가 어려운 일이고 실력만으로 홀인원이 되는 것이 아니라 행운이 따라야 하기 때문에 그 행운이 인생살이의 행운으로 이어지 기를 기대하는 골퍼들의 마음일 것이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은 때는 차라리 나가서 홀인원을 한번 해버릴까 생각해 보기도 하니까… 나의 3번째 홀인원은 잊을 수 없는 특별한 날의 홀인원이었다. 2000년 4월 11일은 회사 창립기념일 이었다. 처와 회사 이사 한명과 함께셋이서 양지 컨트리클럽에서 창립기념 라운드를 하는 도중 동 코스 1번 홀 에서 7번 아이언으로 친 공이 깃대를 향해 날아 가더니 홀에 빨려 들어갔다. 기업을 하는 사람이 창립기념일에 홀인원을 했으니 앞으로의 사업전도와 연관하여 생각하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 그것도 동반자가 모두 회사 임원(처도 회사의 이사로 지금도 근무 중임)이었으니 2000년의 봄 회사 창 립기념일의 홀인원을 잊을 수 없다. 그런데 처가 느닷없이 오늘이 또 무슨 날인 줄 아느냐고 묻는 것이다. 다알고 있는 창립기념일 말고 또 한가지 기념 할 일이 있으니 맞춰보라는 것 이다. 우물쭈물 답을 못하는 사이 도저히 상상도 못해본 답변이 들렸다. “우리가 처녀 총각 때 처음 만난 날”이라는 것이다. 결혼 30년이 넘도록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평생 반려자를 만난 제 2의 인생 시작의 날이 바로 오늘이라는 것이다. 우리사업이 이만큼 성장한 것도 이 처를 만나 함께 노력하였기 때문이겠구나 생각하며 가정과 사업의 앞날이 홀인원의 뜻과 같기를 바라면서 조용히 라운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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