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佛 막판외교전 가열

미국 주도의 대(對) 이라크 전쟁 승인 여부를 결정할 UN 안전보장이사회 표결이 빠르면 11~12일에 이뤄질 전망이다.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에 의해 판가름 날 이번 표 대결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 `명분 쌓기`가 성공을 거둘 것인지, 아니면 국제사회의 반전 여론에도 불구하고 단독 군사행동에 나서야 할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한 외교관은 9일 “미국은 UN 안보리 표결이 11일이나 12일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존 네그로폰테 UN 주재 미국 대사도 “UN 안보리가 12일까지 표결 준비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스케줄을 감안하면 11~12일에 표 대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이번 표 대결에서 이라크와의 전쟁을 승인하는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15개 이사국 중 9개 이사국 이상이 찬성하고, 특히 5개 상임이사국 중 거부권을 행사하는 나라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 이 같은 `복수(複數)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는 거부권 행사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결의안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설혹 미국이 이들 `장애물`을 어렵사리 통과하더라도 프랑스가 거부권 행사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결의안 채택은 무산될 공산이 큰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현재 9개국 이상 찬성이라는 명분 확보를 위해 카메룬, 앙골라, 기니, 칠레 등을 상대로 전방위 설득 작업을 펴고 있다. 만일 미국이 9개국 이상 찬성이라는 조건마저 충족하지 못할 경우 짊어져야 할 명분상의 부담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반면 프랑스는 반전 진영의 외연 확대를 위해 외무장관이 카메룬, 앙골라, 기니 등 아프리카 3개국 순방에 오르는 등 막판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외교전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전은 이미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많다. 현재 워싱턴에서는 지난 6일 있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기자회견으로 이라크 사태의 외교적 해결은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넌 상태며, 무장해제 최종 시한인 17일이 개전일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영국은 결의안이 거부된다면 17일 이전에도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이라크 개전 D-데이는 그 만큼 더 앞당겨질 공산이 큰 상태다. <정구영기자 gychung@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