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버블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부동산 가격이 내년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참여정부의 정책 수행 능력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데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관련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11ㆍ15 공급대책의 효과가 2008년에나 약발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이 같은 분석에 한몫하고 있다. 국제 경제전문 조사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1일 발간한 국가별 보고서에서 한국 국민들이 현 정권의 부동산 시장 통제 능력을 불신하고 있어 내년 대선까지 현재와 같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IU는 “경제학자들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감안할 때 주택 가격의 20~30%가 거품이라고 보고 있다”면서도 “정부 신뢰도가 회복되기 힘들고 정책 금리 인상이 어려운 만큼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요에 부응할만한 주택 공급이 이뤄져야 부동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EIU는 지난 90년대 초반 일본의 전철을 밟아 버블 붕괴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하락세와 대선, 북핵 위협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장기간 불경기를 경험할 것이라는 게 EIU의 경고다. 현대경제연구원도 3일 ‘부동산 대책의 본질과 접근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가격이 올해 말부터 점차 안정 국면에 접어들겠지만 불안 요인도 크다고 분석했다. 단기적 관점에서 국지적 수급 불안 요인과 내년 대선을 앞둔 규제 완화 기대심리 반영 등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을 낙관할 수 없다는 것. 또 내년 서울과 경기도의 신규 아파트 입주예정 물량이 올해보다 약 21% 감소하고 특히 강남구와 서초구는 3분의1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다는 게 부담 요인이다. 이로 인해 1차 뉴타운과 잠실 재건축 지구 및 판교 신도시의 입주가 본격 시작되는 2008년 이전까지는 부동산 가격의 국지적 상승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2008년부터 2년간 부동산 가격이 본격적으로 조정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8ㆍ31과 3ㆍ30대책 등의 강력한 수요 억제책에 따른 수급 불안으로 주택 가격이 다시 올랐지만 2008년에는 11ㆍ15 공급대책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금리상승,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기대수익률이 감소해 투기적 수요는 줄 것”이라며 “공급물량이 2010년까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는 주택값이 하향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거품을 더 키우면 후유증만 커지기 때문에 선제적인 버블 억제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부동산 버블붕괴와 장기침체: 일본의 경험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일본 경험을 반면교사로 하는 장기침체 우려는 효과적인 부동산 대책을 마련하는데 오히려 제동을 걸어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박 연구위원은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로 경기 침체가 시작됐지만 이후 10년 불황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었다”며 “지나친 부실채권과 과잉투자, 과잉고용 등 세 가지가 일본이 장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핵심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버블붕괴로 경기침체가 발생하더라도 일본과 같은 장기간의 조정기간이 필요하지 않다”며 “버블 붕괴를 피하려고만 할 게 아니라 버블 억제의 실효성을 거두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