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필] 서울은행의 구원투수

선동렬은 구원 전문의 투수이다. 8회나 9회에 등판하여 리드를 지켜 승리를 확보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그 선동렬조차도 이기고 있는 점수를 지키지 못하고 집중타를 맞아 팀을 패배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수가 가끔 있다. 야구엔 또 패전처리 투수도 있다. 이길 가망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등판해야하는 투수가 패전처리 투수이다.서울은행을 외국의 전문경영인에게 위탁경영케 할 생각이라 한다. 엄청난 위탁경영 보수도 지불할 용의가 있다한다. 또 아예 인선조차도 외국의 전문기관에게 일임하겠다 한다. 서울은행의 경영을 맡을 외국의 전문경영인은 그렇다면 구원투수인가 패전처리투수인가. 서울은행이 이미 파탄지경에 이르러 지켜야할 점수가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외국 전문경영인을 구원투수에 견주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들의 임무가 서울은행의 갱생에 있음으로 단순한 패전처리투수로 볼수도 없다. 임무는 구원투수이나 상황은 패전처리에 가깝다고 말할수 있다. 당연히 서울은행의 외국 경영자 위탁경영안에 대해서는 찬반간에 말이 많을 수 있다. 과연 그런 구세주를 찾아낼 수 있을까라는 회의론도 있을 수 있으며 용병에게 국방을 맡기는 만큼이나 위태로운 짓이라고 반대할 수도 있다. 그들의 있을 수 있는 실패에 대해 과연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라는 걱정도 없을 수 없다. 물론 찬성론도 있을 수 있다. 없앨수도 팔수도 없다면 제3의 선택으로서 외국의 전문경영자에게 맡겨 보는것도 괜찮은 방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들의 금융기법이 우리보다도 앞서 있으며 모럴헤저드의 면에서도 그들이 우리보다 훨씬 건전하다고 말할 수 있다. 또 아주 소극적으로 이 방안에대해 실험적 가치를 인정할 수도 있다. 그들이 서울은행을 어떻게 뜯어 고칠지 성패간에 지켜볼 가치는 있다는 것이다. 또 의사로 성공하려면 환자가 되어 입원해봐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전문경영체제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정부가 이번엔 당사자(서울은행의 임자는 정부임으로)가 되어 외국인 전문경영자를 거느려 봐야한다고 말할수도 있다. 물론 실험의 성패는 미리 말할 수 없다. 성공한다면 더 다행한 일은 없다. 서울은행을 살리는데 그치지 않고 심지어 공공의 부서라한들 외국의 전문가에게 못맡길 까닭이 없게된다. 문제는 실패한 경우인데 불가불 정부자신이 감독의 자리에서 처량한 패전처리투수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