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타기·눈치보기론 한계… 능동적 新아시아 외교전략 필요"

美·中·日 외교갈등… 기로에 선 한국
경제·영토·핵 문제 둘러싼 대립으로 긴장수위 높아져
전문가들 "넓고 큰 안목으로 균형 외교 펼쳐야" 지적
특채 파문에 유엔외교도 차질… 내부 역량강화 중요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미국ㆍ중국ㆍ일본 등 3국이 경제ㆍ영토ㆍ핵문제 등 현안을 놓고 대립ㆍ긴장관계를 형성하면서 한국 외교가 기로에 섰다. 우리가 열강들의 치열한 세력다툼 틈바구니에서 단순한 '줄타기 외교'나 '눈치보기 외교'로는 동북아 질서 재편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오는 2012년 남북한은 물론 미ㆍ중ㆍ러 등 주변 강국들이 모두 정권교체기에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 외교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동북아 정세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미ㆍ중ㆍ일 3국의 양자 간 마찰 등으로 동북아 정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천안함 사건으로 '한미 대 북중'의 대결구도가 과거 냉전시대를 방불케 하는 갈등을 낳더니 이번에는 동중국해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를 놓고 중일 간 충돌이 극에 달하고 있다. 19일 복수의 외교전문가들은 "복잡하게 얽히고 있는 주변 강대국 간 갈등 속에서 한국 외교가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면 앞으로 상당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신(新)아시아 외교' 확립 차원에서 넓고 큰 안목으로 균형적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충고한다. 일각에서 지적하고 있는 천안함 외교에서의 한계는 당사국이 바로 한국이라는 점에서 그 한계에 따른 득실계산이 비교적 명확했다. 그러나 중일 간 센카쿠 열도와 러일 간 남쿠릴 4개섬을 둘러싼 갈등은 독도 문제와 직ㆍ간접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단순 계산이 어려운 사안이다. 즉 이들 국가 간 영토 분쟁은 전개 과정과 결과에 따라 동북아 정세 판도를 뒤흔든다는 점에서 우리 외교에 엄청난 파급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외교전문가들은 '균형 외교'를 강조하면서도 최근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 특채 파문에 따른 우리 외교력의 위기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중일 갈등 '감정싸움' 양상 확전=최근 센카쿠 열도에서 발생한 중국 어선 나포 사건을 놓고 베이징을 포함 중국 내 일본 대사관이 있는 주요 도시와 전세계 중국인 밀집 지역에서 대규모 반일 시위가 열리는 등 중일 간 감정 격화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만주사변(9ㆍ18사변) 79주년인 지난 18일에는 중국 전역에서 반일 시위가 잇따랐으며 중국 네티즌과 해커들의 일본 사이트 공격도 이어졌다. 이에 주 중국 일본대사관은 자국민들의 안전 조치를 강화했으며 각종 행사도 잠정 연기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동북아 지역에서의 이 같은 영토 분쟁은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 처리가 말끔하게 이뤄지지 못한 측면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본에 대한 패전 처리가 완료되기 전에 냉전시대가 도래하고 미국에 의한 이른바 '반공라인'이 설정됨에 따라 분쟁 발생을 막을 장치가 마련되지 못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래에너지 자원 확보전이 연결되면서 동북아를 중심으로 한 갈등은 해당 국가들의 국내외 정치상황과도 맞물리면서 갈수록 복잡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결국은 자원 외교가 이 같은 상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우리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박영준 지식경제부 제2차관을 중심으로 한 자원 외교가 상당 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자원 외교의 대상은 대체로 아프리카나 중남미와 같은 자원 부국에 집중돼 있다. 물론 아시아 무대에서의 자원 외교는 정부와 민간 차원의 접근이 이뤄지고 있지만 최근의 주변국 간 영토 갈등에 대처할 외교적 프로세스 마련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중 동북아 힘겨루기 '북핵ㆍ환율'까지 망라=G2로 분류되는 미중 간 힘겨루기도 전방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안보 분야의 경우 북핵 문제를 놓고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과 미국이 각각 서해상 군사훈련이라는 실제적 행동으로 표출됐다. 특히 천안함 사태 이후 미국은 대북 추가 제재 조치를 발표하며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 등의 행사를 통해 미국의 대북 제재 조치에 일종의 외교적 어깃장을 놓았다. 또 북핵 6자회담 재개를 놓고 중국과 북한이 보조를 맞추고 있는데다 한미는 '투트랙' 접근 카드를 놓고 대응에 공조를 취하고 있다. 이 같은 대립 국면은 위안화 절상이라는 경제적 조치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한일ㆍ한중 관계를 고려할 때 중일 간 갈등은 우리 외교를 또다시 중요한 시험대에 올려놓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미중 간 힘겨루기 과정에서의 전략적 선택도 중요하다. 해법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균형 외교'에 방점을 찍고 있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위원은 "센카쿠 문제를 둘러싼 중일 간 갈등 국면에서 정부가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신 아시아, 경제 외교' 차원에서 큰 안목으로 접근하면 독도를 포함한 여러 문제들이 풀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엔 외교 '차질' 내부역량 강화 '필수'=대외적 환경도 중요하지만 외교력을 극대화시킬 내부적 환경도 중요하다. 그러나 유 전 장관 딸 특채 파문은 이래저래 우리 외교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유엔 총회에서의 외교전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번 유엔 총회 개막 기간(20~26일)에는 각국 대표의 기조연설 외에도 100여개국 정상급 인사 및 192개 대부분 회원국들의 외교부 수장이 참석해 막전ㆍ막후 양자 접촉을 통해 각국의 이해를 절충하고 국가 간 친선을 도모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11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번 유엔 총회를 G20 홍보 무대로 적극 활용할 예정이었다. 또 한미, 한중, 한일, 한러, 한ㆍ유럽연합(EU) 외무장관 회담 등을 통해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과 관련된 진전된 논의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외교 수장 공백 상황에 따라 상당수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결국 우리 외교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내적 역량을 강화하고 보다 먼 미래를 생각하는 '신(新) 아시아' 외교 전략을 실현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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