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경영상 불가피'… 승객 '약속지켜라'대한항공이 29일 보너스항공권 구입 및 좌석승급(업그레이드)시 마일리지 공제폭을 상향조정키로 한 것은 누적 마일리지가 장기적으로 경영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항공사가 마일리지를 고객유치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해 놓고 갑자기 마일리지 적용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소비자와의 신뢰를 깰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마일리지는 잠재적 경영압박 요인
현재 국내 항공사가 가지고 있는 누적 마일리지는 대한항공 800억마일, 아시아나항공 500억마일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반석을 이용해 236만명이 미주노선을 왕복으로 다녀올 수 있는 물량. 대한항공은 이와 관련해 매년 수백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은 아시아나항공도 예외는 아니다. 누적 마일리지가 장기적으로 경영의 압박요인이 될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인천-LA(로스앤젤레스)를 왕복하는 경우 일반석은 120만원, 비즈니스 클래스는 370만원의 항공료가 들지만 일반석을 구입한 뒤 마일리지를 이용해 업그레이드(기존 3만5천마일 공제)할 경우 항공사 입장에서는 차액인 250만원이 실제 수입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것.
마일리지는 한국-미주노선의 경우 성수기가 아닌 평수기 기준으로 일반석을 구입해 비즈니스좌석으로 승급하는데 사용할 경우 1마일당 5센트 정도의 가치가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항공사는 특히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이 없기 때문에 2-3년 정도의 유효기간을 두고 있는 외국 항공사에 비해 훨씬 형편이 어려운 상황이다.
◆ 소비자와의 신뢰는 `지켜라'
누적 마일리지에 따른 항공사의 경영부담이 항공료 인상 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소비자의 일방적인 부담을 요구하는 형태의 약속 불이행도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사무총장은 "혜택이나 보너스의 기준을 바꾸는 것은 소비자에게 충분한 소비시간을 주느냐가 중요하다"면서 "항공사의 마일리지 문제도 고객유치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의 신뢰를 깨지 않고 잘 유지시키는 부분도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사무총장은 "신용카드나 인터넷 사이트 적립금과 같이 마일리지는 우리사회에서 광범위하게 고객유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최근 일부 업종의 경우 마일리지 누적문제 해소를 위해 대체 프로그램을 개발해 다른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항공업계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소비자보호원 장학민 서비스거래팀장은 "최근 항공사 마일리지의 경우신용카드와 연계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같은 무리한 마케팅에 따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라면서 "마일리지는 대체 지불수단이기 때문에 보너스 적용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현금을 빼앗아 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성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