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17차 전국대표대회(17차 전대)를 앞두고 중국의 사정당국의 '반부패' 수사가 다국적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중국 사정당국은 최근 까르푸ㆍ지멘스ㆍ맥도널드ㆍ월풀 등을 시작으로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 임직원들의 뇌물수수 등 비리혐의에 대한 수사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는 후진타오(胡錦濤) 정권 2기 출범을 앞두고 민심을 추스르기 위한 조치로 우선은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을 본보기로 삼을 가능성이 높아 관련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경우 아직까지는 드러난 것은 없지만, 다국적기업을 겨냥한 사정당국의 움직임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준법경영에 충실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11일 상하이(上海)증권보에 따르면 중국 사정당국은 최근 프랑스 할인판매 체인점 까르푸의 구매담당 간부 8명을 붙잡아 식품 공급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독일 지멘스의 중국 법인도 쑹위안(松原)시 병원 비리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으며 직원 20여명은 부패 의혹 속에 사표를 냈다. 이밖에 맥도널드나 월풀, 매킨지 등의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도 중국 사정당국으로부터 내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국적기업들은 중국 정부 고위층이나 거래업체 최고경영자 자녀들의 해외유학 비용이나 생활비 등을 현지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뇌물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다국적기업들의 뇌물수수 행위는 비즈니스 문제를 청탁으로 풀어나가는 중국 특유의 '관시(關係)문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하이재경대학 국제공상관리학원의 궈위단(郭羽誕) 교수는 "중국의 인적관계를 중시하는 문화 대문에 상거래에서 뇌물 수수행위가 빈발하고 있다"면서 "많은 다국적기업들이 현지화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관행에 물들어 부당한 수단을 통한 경쟁을 일삼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국적기업의 관계자도 "중국에서 정부 고위층 등과 관시(關係)를 구축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사업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국적기업의 중국내 영향력이 커지면서 중국인들 사이에서 그들의 뇌물관행에 대한 반감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상하이국제금융학원 루훙쥔(陸紅軍) 원장은 "다국적기업의 뇌물수수 관행은 수뢰 자체가 독점적 수단을 획득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독점문제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면서 "다국적 기업의 부당한 독점추구 행위에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경우, 아직까지는 뇌물수수 사건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잘 나가는' 다국적 기업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한 중국 사정당국의 뇌물조사가 중국인들의 반(反)외자기업 정서와 맞물려 일파만파로 확대될 경우 한국 기업도 표적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베이징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