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원전 이용률 93%… 세계 최고 수준 '자랑'

불시정지 건수 낮아 '안전성' 입증
운영관리능력·기술력도 뛰어나
UAE 원전 수주 '숨은 공신' 평가


한국수력원자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발전소 운영^관리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비행기의 조종실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원전 주제어실(MRC).



크리스마스 이틀 뒤인 지난 27일 오후. 지구 반대편 모래사막에서 뒤늦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날아왔다. 한국이 프랑스ㆍ미국 등 원전 선진국을 제치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발주한 400억달러(약 47조원)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자로 선정된 것이다. 이번 쾌거는 원전 운영능력ㆍ건설능력 등의 경쟁력에 외교력이 뒷받침돼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숨은 공신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이 꼽힌다. 한수원은 국내 유일의 원자력 분야 공기업으로 UAE가 선정 이유로 밝힌 '안전성'을 입증했고 수많은 건설 및 운영 경험을 통해 신뢰를 쌓아왔다.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한국의 원전기술력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며 "앞으로 몇 가지 원천기술을 조기에 확보해 세계시장 진출의 제약 요인을 완전히 해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이용률=한수원은 현재 고리ㆍ월성ㆍ영광ㆍ울진 등지에 총 2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발전소의 설비용량은 1,772만kWe로 세계 6위다. 특히 우리나라의 원전 운영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1990년대 후반 이후 원전이용률이 90%를 넘어섰으며 지난해 우리가 달성한 93.29%는 세계 원전의 평균 이용률인 79.36%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이는 6기 이상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16개 국가 중 1위로 원전 선진국인 프랑스ㆍ일본보다 각각 17.4%, 29.6%나 높다. 원전이용률이란 보유하고 있는 발전설비를 1년 동안 아무런 고장정지 없이 효율적으로 이용해 활용도를 높이고 있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다. 즉 발전소 운영기술 수준을 평가하는 직접적인 척도가 된다. 더욱이 원전이용률 10%는 표준형 원전(1,000MWe급) 2기가 1년 정도 발전해야 생산할 수 있는 전력으로 약 5조~6조원의 건설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불시정지 건수도 타 원전 선진국보다 현저히 낮아=발전소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했는가를 알아보는 지표인 불시정지 건수는 지난해 20기를 운영하면서 호기당 0.35건, 즉 7번의 정지가 있었을 뿐이다. 불시정지란 1년 동안 정상운전 중에 기기 고장 또는 인적 요인으로 발전소가 불시에 정지한 건수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불시정지율은 1980년대 중반까지는 호기당 연평균 5건 이상으로 다소 높았지만 1990년대 하반기 이후로는 연평균 1회에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안정됐다. 다른 원전 선진국의 경우 미국 1.1~1.4건, 프랑스 1.8~3.2건, 캐나다 1.1~3.1건 등으로 우리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또 지난해 8개 호기가 연료 교체를 마치고 발전을 시작해 다음 연료 교체시까지 고장정지 없이 연속 운전하는 '한 주기 무고장 안전운전'을 달성했다. 1978년 고리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한 주기 무고장 안전운전을 총 75회 달성, 원자력발전소 운영ㆍ정비ㆍ지원 등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우수한 기술력과 운영 관리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오는 2014년 원전이용률 94%, 고장정지율 호기당 0.2회 목표=한수원은 매년 연초가 되면 이용률을 높이고 정지율을 낮추기 위한 다짐대회를 열고 원전 안전운영에 매진할 것을 결의한다. 올해 목표는 '9303'. 이는 이용률 93% 이상, 호기당 정지율 0.3건 이하를 달성하자는 것이다. 이 결의대회에는 한수원 정비책임자들과 정비 협력회사인 한전KPS 등의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발전소 안전운영을 위한 결의를 다지며 발전소 고장 및 정지 사례, 주요 설비 개선 사례, 현안사항 등을 발표하고 토론을 벌이는 장이다. 한수원은 중장기적인 원전 운영목표도 수립해 2014년에는 '9402', 즉 원전이용률은 94%로 올리고 고장정지율은 호기당 0.2회로 낮춘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한수원은 원전 종사자의 사고 예방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발전소 설비 성능 향상을 통한 이용률 제고에도 힘쓰고 있다. 모의훈련을 수시로 실시해 원전 조종사의 비정상 대응능력을 향상시키고 직무수행능력 인증제도를 도입해 개인별 직무능력 향상을 유도하고 있다. 이밖에 발전소의 정밀열성능진단을 시행하고 실시간 성능감시시스템을 구축해 발전소 설비 성능 향상을 통한 이용률 제고에도 주력하고 있다. 원전 운영인력 또한 세계에 자랑할 만한 수준이다. 원전 운영에 필요한 기술인력은 10년 내지 20년의 경험이 있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지난 30여년간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는 원전 건설 중단으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어깨 너머로 외국의 기술을 습득, 우수한 원전기술과 인력을 확보함으로써 고급인력을 탐내는 선진국가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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