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 선박수주 놓고 한판승부
[韓·日 산업열전] 4. 조선
한국 조선업계는 지난해 선박수주 실적 1,950만톤(GT)ㆍ수주금액 157억달러로 세계 시장의 절반이상을 차지했다. 일본을 누르고 99년에 이어 2년 연속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한 것. 특히 지난해에는 수주량 뿐만 아니라 건조에서도 일본을 따돌려 실질적인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일본의 지난해 수주실적은 1,160만톤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이 28%에 그쳤다. 99년 양국의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은 각각 41%, 30%였으나 지난해 격차가 더욱 커진 것.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51억달러에 이르는 수주실적을 올리며 세계 1위 조선소 자리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3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황에서 일본업체와 불필요한 수주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며 "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가스선,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위주로 선별 수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는 연구개발투자비를 31.9% 늘인 1,154억원으로 확정하고 고부가가치 수주에 필요한 기술경쟁력 제고에 전념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지난 56년 이후 40여년간 세계 정상에 군림하던 일본조선업계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일본조선업계는 지난 99년에 한국조선에 세계 정상을 내 준 뒤 '타도 한국'을 외치면 대반격을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일본조선업계는 경영난과 한국 조선의 추격, 선가하락에 따른 경쟁력 상실 등으로 이미 90년대 후반부터 구조조정 문제가 제기되어 왔으나, 한국조선과 경쟁력의 차이가 확연해진 99년부터 구조조정 논의가 수면위로 부상했다.
최근 NKK와 히다치 조선이 양사 조선사업의 전략적 제휴를 발표한데 이어 IHIㆍ가와사키중공업ㆍ 미쓰이 등 조선 3사가 조선부문의 분사와 함께 통합교섭에 들어감에 따라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정상을 놓고 90년대 중반에 치열하게 전개됐던 한ㆍ일간의 '진검승부'가 다시 재연될 전망이다.
그동안 일본에 대한 경쟁력 확보의 근원은 엔고와 저렴한 인건비였으나 이제는 이러한 조건들이 사라지고 있다.
생산비용측면에서 한국의 인건비 상승률이 일본 보다 높은데다 원화가치 상승 등으로 한국업체의 가격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최근 엔화의 약세와 구조조정으로 수주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순한 수주경쟁보다는 이제는 기술력 확보와 고부가가치화로 일본과 한판싸움을 벌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본조선의 구조조정은 가격경쟁력 상실에 따른 자구책이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태원 박사는 "일본, 유럽 등 세계 조선업계가 조선설비 과잉 및 자국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우리 조선업계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수주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한운식기자 woolse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