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또다시 정치적 타협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정부와 여당이 추가경정예산 편성조건으로 증세를 내건 야당과 타협하기 위해 대기업의 고용투자세액공제 혜택을 줄여 연간 2,000억여원의 세금을 더 걷기로 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여야 합의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중 대기업에 대한 기본공제율을 1%포인트 인하(2~3%→1~2%)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란 기업 고용실적에 따라 세금에서 투자비용을 일정 비율만큼 깎아주는 제도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경기회복을 위해 추경편성 과정에서 재정적자가 더 커지게 됐다며 대책을 요구하는 야당의 주장을 일부 수용했다"며 "연간 2,000억원가량의 법인세가 더 걷힐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정부가 지난 1일 기업들의 세 부담을 줄이고 규제를 풀겠다며 투자활성화대책을 발표한 지 불과 이틀 만에 거꾸로 증세안을 꺼냈다는 점에서 이율배반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정부와 여야가 대기업들에 세금을 더 걷겠다면서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인상했는데 1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대기업 증세를 하겠다는 것은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여야가 정작 수조원대의 세금을 잡아 먹는 다른 공제제도는 유권자 표심 때문에 건드리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표적으로 삼기 쉬운 대기업만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비판에도 정부ㆍ여야의 대기업 증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고용창출세액공제는 물론이고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공제도 점진적으로 군더더기를 빼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