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국제통회기금) 구제금융시대가 1년 가까이 되어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혼란을 느끼고 있다. 과다차입경영으로 나라전체의 외화가 크게 부족해진게 경제위기의 단초였지만 한국경제의 문제점은 보다 뿌리깊은 곳에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넘어간 측면도 많다. 무엇보다 신자유주의라는 물결이 온통 나라를 휩쓸어 연공서열제등 전통적인 경제질서가 무너지자 통일된 경제이념의 정립없이 여러가지 가치관이 서로 혼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이병천 강원대 교수(경재학)와 김균 고려대 교수(경제학)가 함께 편찬한 「위기, 그리고 대전환」(당대 펴냄)은 한국경제가 나아가야할 제3의 길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책. 여기에서 제3의 길이란 현정부가 제2건국의 경제철학으로 제안하고 있는 신자유주의라는 이념에 본격적으로 반기를 들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현 정부는 신자유주의 이념을 기반으로 지난날의 고도성장과 현재의 위기를 해석하며, 그 위기에 대한 처방으로 전면개방과 자유시장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과연 이같은 비전이 「희망의 원리」가 될수 있을까. 이 책의 대답은 「아니오」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들은 신지유주의의 지배적 조류를 뛰어넘는 새로운 선택, 즉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책의 집필에 참가한 사람들은 신자유주의적 제도주의에 대한 대안으로서 합리적 진보주의와 민주적·비판적 제도주의를 모색하기 위해 결성된 「제도경제연구회」의 회원들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제3의 길은 민주적이고 국민적인 협력자본주의라는 새로운 개념.
이병천 교수는 『지금의 한국경제위기는 근본적으로 약 20년에 걸친 한국의 시장지상주의적인 경제정책과 이념,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등이 글로벌 신자유주의(GLOBAL NEO-LIBERALISM)의 공세와 결합됨으로써, 그 악조합(惡組合)의 결과로서 초래된 것이다』고 진단한다. 다시말해 문민정부의 잘못된 세계화 정책이 IMF사태를 초래했는데도, 현정부는 여전히 신지유주의라는 선택에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내부적 감시기능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조건 금융시장을 자유화했고, 재벌들에게는 터무니 없는 규모의 경영을 부추켜 과잉차입을 강요한 꼴이 된 문민정부식 세계화노선이 국민의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신자유주의와 별 차이가 없다는 주장인 셈이다.
필자들은 한국정부가 맹목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적 시장질서를 이렇게 제시하고 있다.
첫째 국가사회에 의한 시장질서의 확립과 사전적 통제가 불가피한데, 이 때의 시장통제는 민주적 절차에 입각해야 한다는 것. 둘째 대안적 시장질서는 공동체적 가치 내지는 민주적 평등주의가 내재화된 질서이어야 한다. 셋째 대안적 시장경제를 거시적 차원에서 움직이는 원리는 민주적 협조주의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결국 민주화운동의 정당한 유산인 민주적 평등주의가 시장 속에 심어질수 있는 기본적인 전제와 원칙들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책의 집필에 참가한 사람은 편찬자외에 다음과 같다.
성낙선 한신대 교수, 유종일 KDI 국제대학원 교수, 조영철 국회 입법조사분석실 조사관, 김상조 한성대 교수, 유철규 한국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김동원 수원대 교수, 송민경 대전산업대 강사 전창환 한신대 교수 홍훈 연세대 교수, 박순성 동국대 교수, 윤진호 인하대 교수, 노중기 한신대 교수, 신장섭 매일경제 차장. 【이용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