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은 월가 투자은행의 비상식적인 행위에서 비롯됐다.' 리먼 브러더스의 부사장인 저자가 진단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다. 그는 먼저 1933년 제정돼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명확히 구분하는 장벽 역할을 해온 '글래스-스티걸(glass steagal)'법이 1999년 폐기된 것이 금융위기를 불러왔다고 진단한다. 이 때문에 투자은행들이 무분별한 인수합병을 하면서 도덕적 해이를 보이기 시작했고 투자은행의 병폐나 위기가 상업은행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게 됐다는 것. 이어 비난의 화살은 월가와 리먼 경영진으로 돌아간다. 투자은행들은 전통적인 본연의 업무와 거리가 먼 파생상품에 집착했고 모기지 채권을 '미친 듯이' 사들였으며 이는 리먼에게도 해당하는 것이다. 저자는 특히 리처드 풀드 회장이 '독선과 아집의 치명적 리더십'을 보여 리먼 브러더스를 파사나으로 내 몰았다고 주장한다. 풀드 회장이 회사가 점점 붕괴되는데도 불구하고 회생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며 비상식적인 판단을 계속 했다는 것이다. 특히 풀드 회장이 저지른 중대한 오판의 하나로 몰락을 눈앞에 두고도 상황을 인정하지 않고 허세를 부리다가 한국 산업은행의 인수 제의를 거부한 일을 주요한 사례로 든다. 저자에 따르면 풀드 회장은 리먼의 붕괴 직전까지 세 차례나 제의를 거절했다. 헨리 폴슨 주니어 전 재무장관은 당시 "아시아의 호랑이 중 하나에게 리먼을 당장 팔아버리면 골칫거리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풀드 회장에게 산업은행의 '은밀한 제안'을 심각하게 고려하라고 조언했으나 풀드 회장은 그에게 "경영에 간섭하지 말라"며 이를 일축했다. 정확한 시점을 알 수는 없으나 책에는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은 지난해 봄이라고 언급돼 있으며, 저자는 이때 산업은행이 주당 23달러 정도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도 소개했다.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던 지난해 여름, 산은은 주당 18달러가량을 제의했으나 풀드는 또 거절했고, 8월말에 세 번째로 주당 6달러40센트를 제의했으나 17달러50센트를 원했던 풀드는 다시 한번 거절했다고 저자는 말했다. 산은이 관심을 거두자 리먼의 주식은 내림세로 접어들어 주당 10달러 밑까지 내려갔다. 저자는 8월말 여름휴가를 떠나서 리먼 주식이 약간만이라도 움직임을 보이거나 서울에서 연락이 올 한 가닥 희망이라도 보이기를 기대했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일이 있은 후 약 6개월 후인 2008년 9월 15일 새벽 2시 리먼은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1만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