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흑자가 두 달새 4분의1 토막이 났다. 정부는 지난 8월 한 달에만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추세가 바뀌었다'는 상반된 평가도 적지 않다. 지식경제부는 1일 8월 수출이 지난해 8월보다 20.6% 감소한 290억8,000만달러, 수입은 32.2% 줄어든 274억1,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무역흑자는 16억7,000만달러라고 밝혔다. 2월부터 흑자로 전환된 무역수지는 6월에는 72억1,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더니 7월 44억1,000만달러로 소폭 꺾인 뒤 8월에는 16억달러 수준에 그쳤다. 2월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흑자가 줄어든 데는 수입 감소세 둔화와 연결돼 있다. 그간 무역수지 흑자는 수출은 일정 수준 감소에서 정체돼 있는데 수입이 급감하면서 나타난 현상이었던 만큼 수입이 조금씩 늘어나자 무역 흑자폭이 줄고 있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이른바 '불황형 흑자'의 기조가 끝나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달과 비교하면 수입 감소율은 전달 35.7%보다 3%포인트 이상 줄었다. 지난달 하루 평균 수입액은 11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대다. 문제는 앞으로의 흐름이다. 정부는 8월에만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만기 지경부 무역정책관은 "9월부터는 수출ㆍ입 모두 증가하면서 무역이 정상화되는 추세를 보일 것"이라면서 "두자릿수 무역흑자 기조는 지속되지만 규모가 상반기보다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의 투자로 이어질 자본재 등의 수입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 그리고 8월의 수출 중 무역수지에 효자 업종인 선박수출(-33.6%)이 크게 줄었는데 9월부터는 예전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민간 전문가들은 세계적 경기침체 상황에서 급격한 수출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고유선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6월을 고점으로 하강곡선을 그리는 무역수지는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지 않는 한 추세를 뒤집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