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경협 주요부처 움직임/문화관광부가능한 사업부터 우선 시작
14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경제·사회·문화 등의 교류협력을 합의함에 따라 문화예술·관광·체육분야가 남북한 교류의 「선봉장」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문화예술·관광 분야는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왔으며, 남북한 관계가 냉각되었을 때도 다른 분야와는 달리 간헐적이나마 꾸준히 교류를 진행시켜 왔다. 남·북간 교류의 첫 문을 연 것은 지난 85년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 교환방문. 이어 90년 「범민족 민족통일음악회」, 98년 「리틀엔젤스예술단 방북 공연」과 「제1회 윤이상 통일음악회」 등이 잇달아 개최됐다.
특히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서 지난달말부터 서울에서 잇따라 개최된 평양학생소년예술단과 평양교예단의 공연은 양측간 「대화합」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킴으로써 이번 정상회담에서 역사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문화관광부 오지철 문화정책국장은 『양 정상이 교류원칙에 합의한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전제한 뒤 『남북 양측이 이제부터 구체적인 실무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낸 만큼 문화예술분야의 교류논의도 새로운 각도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우선 순수예술계에선 지난 4월 평양에서 개최하려다 무산됐던 지휘자 정명훈, 소프라노 조수미등이 참여하는 「2000 평화를 위한 국제음악회」나 전북 남원에서 추진한 창극 「춘향전」 평양 공연이 금명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가 올 광복절을 즈음해 평양에서 개최를 추진하고 있는 여성국극 「춘향전」도 무난히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영화계에선 NS21엔터프라이즈가 최근 정부의 심의신청을 받은 「불가사리」를 비롯해 심의신청을 준비중인 「사랑 사랑 내사랑」 「홍길동」, 「꽃파는 처녀」 등 북한영화를 국내 영화관을 통해 감상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북한에선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나 심수봉의 「그 때 그 사람」 등이인기를 얻고, 남측에선 최근 발매된 길정화의 음반 「휘파람」과 「반갑습니다」를 비롯한 북한 노래가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는 점으로 볼 때 남·북이 서로의 노래를 마음껏 불러보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체육 분야 교류도 급류를 탈 전망이다. 3개월 앞으로 닥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납북한 선수단의 동시입장에 양측이 의견을 같이하고, 10월 아시안컵축구선수권 대회, 2001년 오사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등 각종 국제대회 단일팀 구성을 긍정적으로 협의키로 하는 등 상당수의 현안이 타결될 예정이다.
금강산 관광으로 상징되는 관광 분야는 새로운 남북관계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 설악산·금강산 지역을 하나로 묶는 「남북관광특구」, 남북한과 일본·중국·러시아를 잇는 크루즈 관광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원도 간성~금강산 온정리를 잇는 남북한 철도는 김일성(金日成)의 유훈사업으로 북한측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올해말부터라도 착공에 들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또 나진·선봉, 백두산 등 북한의 관광지가 추가로 개발될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형욱기자CHOIHUK@SED.CO.KR
입력시간 2000/06/1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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