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정상 "추가 엔저는 경제 악영향"

수입 물가 자극·소비 감소 따른 엔화 폭락 우려에 첫 구두 개입



그동안 엔화약세를 유도해온 일본 정부가 마침내 엔저급락에 대한 경계령을 내리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더 이상의 엔화가치 하락은 수입물가를 자극해 소비를 감소시킬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엔화폭락 사태를 촉발해 아베노믹스를 좌초시킬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엔화가치 하락세가 당분간 주춤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아마리 아키라(사진) 일본 경제재정ㆍ재생담당상(장관)은 지난 19일 NHK에 출연해 "엔화강세 문제가 대부분 해결됐다"며 "추가적인 엔화가치 하락은 일본 국민과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부가 현재의 엔화가치가 적정하다고 보고 있음을 암시한 것"이라며 "정부의 우려가 엔고에서 과도한 엔저에 따른 부작용으로 옮겨갔다"고 평가했다.

아마리 장관이 13일 "과도한 엔저도 과도한 엔고도 경제에 부정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라고 밝힌 적은 있지만 엔저를 적시해 경고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일본 정부의 입장선회는 엔화가치 급락으로 자국 제품의 수출경쟁력은 높아졌지만 수입물가가 상승하면서 본격적으로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대부분의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서 상당량의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는데 엔화가치 하락은 에너지 수입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더구나 전략 사용량이 급증하는 여름철을 앞뒀다는 게 일본 정부의 고민이다.

실제 이날 아마리 장관은 "추가 엔저가 가계생활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이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정부의 임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원전 재가동과 미국으로부터의 셰일가스 수입촉진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더 이상의 엔화가치 급락은 최근의 달러강세와 맞물려 가능성은 낮지만 엔화가치 폭락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미국의 경기개선 관측에 따라 달러가치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출구전략(풀었던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조치) 논의까지 본격적으로 이뤄진다면 글로벌 투자가들이 엔화를 투매하고 달러를 사들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해지펀드계의 대부 조지 소로스는 지난달 엔화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는 '엔화의 붕괴'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일본 정부가 적정 엔화가치를 달러당 100엔대 초로 제시하며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엔저도 당분간 주춤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7일 달러당 103.31엔까지 떨어져 2008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엔화가치는 이날 아마리 장관의 발언이 알려진 후 큰 폭으로 상승해 20일에는 장중 한때 101.97엔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추가적인 엔화가치 하락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의 주요11개국(G11) 환율 총괄 책임자인 제스퍼 바크만은 "일본 정부 관료들이 엔화약세의 기세를 꺾으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시장은 엔화가치를 더 큰 폭의 약세로 이끌 것"이라며 "다음 분기 엔화가치는 달러당 100엔~112엔선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클레이스의 다카하시 요시오 환율전략가도 "관료들이 현재의 엔화 수준이 적정하다고 보고 있지만 그들이 이 추세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행(BOJ)이 21일부터 이틀간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어떤 대응책이 나올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로이터는 "엔화가치가 무섭게 떨어지는 만큼 추가 양적완화책이 나올 가능성은 없으며 국채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미세조정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일본 국채시장은 경제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는 곳으로 최근 10년물 국채금리가 0.92%까지 치솟아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변동성이 증폭되고 있다. 실제 이날 아마리 장관도 "국채금리 상승을 막기 위해 국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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