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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재즈 쪽에는 숨겨진 보석 같은 아티스트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대중에게 알려지기 위해 공연을 하기 보다는 자기 만족이나 성취를 위해 연주를 하는 축이기 때문이다. 2인조 재즈그룹'수플러스'도 그런 부류다. 색소폰을 맡고 있는 최원석과 마보형은 버클리음대와 뉴욕대(이하 NYU)에서 공부한 정통 뮤지션들로 음악에 대한 주관이 정돈된 느낌이었다. 인터뷰를 앞두고 이들의 곡들을 일별 하기 위해 음반을 플레이어에 걸었더니 세련되고 맛깔스런 선율이 이내 공간을 채워 나갔다.
"그 동안 활동을 하지 않았어요. 지난 봄 음반을 발매하자 아무런 마케팅도 안 했는데 멜론 재즈차트에서 3주간 1등을 해서 신기하기는 했죠."깔끔한 음악을 오랫동안 숨기고 살아 온 이유를 묻자 싱거운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도 이들의 칩거는 짧지 않았다.
지난 2008년 여름 그룹을 결성해서 그 해 겨울에 1집을 냈다. 버클리음대와 NYU에서 같이 공부했고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팀을 결성 했다. 1집을 낼 때는 NYU동창 5명이 모여 작업을 했고, 게스트 보컬까지 있었다. 하지만 고정 멤버는 최원석과 마보형 둘 뿐이다.
이들은 라틴 재즈 중에서도 브라질 재즈를 추구하고 있다.
최원석은 자신들의 장르에 대해 "라틴 재즈 안에는 브라질과 아프로큐바(Afro-cuba)로 큰줄기가 나뉘어진다"며"재즈라는 게 즉흥 연주 성격을 띄는 것이라 브라질 음악에 스윙이 들어가는 형태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음악의 근본이야 어떻건 간에 그들의 음악은 달콤하게 귀에 감겨 들었다.
재즈는 클래식으로 분류되는 고급 음악임에도 국내에서는 외면을 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기타를 맡고 있는 최원석이 답했다.
"아무래도 재즈가 생소해서 그렇다. 미디어 영향을 받은 것 아니겠나. 우리나라에서는 재즈 자체가 생소하다. 다른 곡에 재즈적인 요소를 입히면 쉽게 받아들이지만 재즈 자체가 생소한 까닭에 대중들은 마음을 닫는 경향이 있다. 대중은 자기가 아는 음악은 좋아하고 그렇지 않은 음악은 싫어한다."
그가 덧붙였다. "재즈는 라이브를 통해서 들어야 하는 음악이다. 그런데 미디어를 통해서 접하다 보니 그런게 아닌가 싶다. 미국에서는 일이 끝나고 펍에서 연주자와 교감을 나누면서 듣던 음악이다. 라이브로 직접 들어야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게 재즈다."
마보형은"우리나라 사람들은 정통 재즈 보다 브라질ㆍ집시ㆍ탱고ㆍ플라멩코가 가미된 재즈를 좋아한다"며 "스윙은 미국이 풍성할 때 유행한 음악이고, 집시ㆍ탱코는 힘들 때 만들어진 음악이기 때문에 우리 민족과 공통된 코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인터뷰 말미에 의외의 고집을 내비쳤다. 자기들은 대중성은 괘념치는 않는다는 것이다. 최원석은 이와 관련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모든 사람이 좋아했으면 좋겠다"며"그 이유는 나도 즐거워야 남도 즐거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개성과 고집을 겸비한 이들은 오는 1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