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책불신 조장하는 땜질식 세제 손질

정부가 오는 9월부터 취득ㆍ등록세 등 거래세 인하를 시행할 방침이나 무계획적인 세제 손질로 조세행정에 대한 불신만 가중되고 있다. 물론 침체에 직면해 있는 부동산 시장에 거래의 숨통을 터주기 위해 거래세 인하를 추진하는 것은 미흡하지만 바람직한 조치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올해 초 법인과 개인간 거래세를 개인과 개인 사이의 거래세처럼 인하하지 않았고 이제 와서 뒤늦게 세율을 단일화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억울한 신규 아파트 입주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조세 원칙상 소급입법은 어렵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많게는 1,000만원이 넘는 세금이 차이가 나는 만큼 새 아파트 입주자들의 소급요구는 빗발치고 있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는 것은 이미 헌법재판소에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법인과 개인간 거래세 환급을 위한 위헌소송이 접수되어 있다는 점이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위헌 등의 판결을 내리면 거래세 환급사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위헌 판결이 나더라도 세금납부 90일 이내에 심사청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세금을 돌려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에 이른다는 것이다. 과거 학교용지부담금이 위헌판결을 받았을 때 억울한 피해자가 많았던 전철을 밟을까 우려된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취한 거래세 인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확보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의 지방세 세수 가운데 취득ㆍ등록세 비중이 52%나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역자치단체들은 당장 올해 5,000억원, 내년에는 1조4,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든다. 지자체들은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체납액 징수를 강화하는 등 고심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조세정책에 혼선과 불신이 가중되고 있는 것은 세제 자체를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유일한 수단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예측 가능한 장기계획도 없이 세제를 그때 그때 땜질식으로 손질하는데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중장기 조세개혁을 재검토해 억울한 납세자가 더 나오지 않도록 체계적인 조세 정책을 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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