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진의 할리우드 21] '메이-디셈버 로맨스'

나이차 많은 연상 여인 사랑 '메이-디셈버' 3편 동시상영 '메이-디셈버 로맨스'는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남녀간의 사랑을 일컫는 말로, 보통 나이 먹은 남자가 젊은 여자를 사랑할 때 잘 쓰인다. 그런데 지금 이곳서 상영중인 3편의 영화에서는 '메이-디셈버 로맨스'를 하는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 새삼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중년의 미망인과 세딸의 가족관계와 이들이 당면한 사랑과 여러가지 문제를 재치있게 다룬 '예쁘고 잘나고(Lovely & Amazing)'에서는 아이까지 둔 유부녀(캐서린 키너)가 고교생(제이크 길렌할)과 짧은 사랑을 나눈다. 길런할은 7일 개봉된 '좋은 여자(The Good Girlㆍ사진)'에서도 연상의 유부녀와 뜨거운 관계를 맺는다. 또 '올챙이(Tadpole)'에서는 주인공인 학생 아론 스탠포드가 자신의 계모 시고니 위버를 탐내는데 계모 대신 계모의 친구인 비비 뉴워드와 침대에 들어간다. 이 같은 나이 먹은 여자와 연하남자의 로맨스에 대해 '나이 먹은 여자들, 젊은 남자들'의 공동 저자인 수전 윈터는 "요즘 젊은이들은 나이 먹은 여자들의 경험과 세련미에 성적 흥분 마저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할리우드에서는 이 로맨스가 어차피 기간도 짧고 또 대부분 이별로 끝나는 비극이어서 잦은 소재로 다뤄져왔다. 그중에서도 최고 걸작은 프랑스 장 르느와르 감독의 '암(LaChienne)'(1931).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중년의 회사 직원과 거리의 여인의 사랑이야기로 여인의 배신으로 살인마저 일어난다. 나이 든 로렌스 올리비에가 꽃다운 제니퍼 존스를 사랑하는 '캐리(Carrie)'(1952)도 이 범주의 작품. 윌리엄 와일러가 감독한 이 영화의 원작은 미 사실주의 작가 디오도어 드라이저의 '시스터 캐리'. 역시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식당 매니저와 출세하려고 시골서 도시로 온 젊은 여인간의 비극적 사랑을 그렸다. 또 다른 '메이-디셈버 로맨스' 영화인 '하오의 연정(Love in the Afternoon)'(1957)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매혹'이라는 주제가로 유명한 이 영화는 나이 먹은 바람둥이 게리 쿠퍼와 청순한 처녀 오드리 헵번의 파리에서의 사랑이야기다. /한국일보 LA미주본사 편집위원ㆍLA영화비평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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