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발랄한 20대, 그 삶과 현실

■ 침이 고인다 / 김애란 지음, 문학과 지성사 펴냄


작가 황석영은 얼마 전 기자와의 만남에서 "문단의 새내기 작가 중 가장 눈길이 쏠리는 사람이 김애란"이라고 주저 없이 말했다. 기발한 상상력과 재치 넘치는 문장력, 감성과 지성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김애란식 소설에 담긴 매력은 노벨상에 근접한 대가에게도 평범하지 않게 다가오는 모양이다. 2005년 한국일보 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던 김애란이 두 번째 소설집을 들고 독자를 찾아왔다. 그의 전작 '달려라 아비'에서 보여준 것처럼 이번에도 재기 발랄한 비유와 경쾌한 서사로 20대의 삶과 현실, 내면적 갈등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표제작 '침이 고인다'는 뜻하지 않게 후배와 동거 생활을 시작한 주인공이 자신만의 공간을 되찾기 위해 고심 끝에 후배에게 '나가달라'는 말을 꺼내는 과정을 생동감 있게 그린다. 주인공이 후배를 집에 들인 이유는 그녀가 오갈 데 없는 불쌍한 신세였기 때문. 그녀는 어렸을 적 엄마로부터 버림받은 아픔이 있었다. 도서관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곧 데리러 온다'며 인삼 껌 한 통을 주고 사라진 엄마. 단물이 빠질 때 마다 새로운 껌을 입에 넣으며 기다렸건만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 이후로 깊이 사랑했던 이들과 헤어질 때마다 '침이 고인다'는 후배. 주인공의 집을 떠난 후배가 남긴 인삼껌 반 토막을 씹으며 주인공의 입에도 어느덧 침이 고인다. 작가는 타인과 깊은 소통을 하지 못한 채 고독 속에 침잠하려는 현대인의 내면적 갈등을 외상(外傷)을 가진 등장인물을 통해 은밀하게 드러냈다. 또 다른 단편 '도도한 생활'은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을 위해 피아노를 마련한 엄마가 이제는 애물단지가 된 피아노를 주인공의 비좁은 자취방에 보내면서 생긴 서글픈 심정을 그렸다. 갑자기 내린 비 때문에 물에 잠긴 자취방과 그 안에서 도도하게 자리잡은 피아노를 보며 주인공의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떠오른다. 그 밖에 가난한 백수의 우울한 크리스마스를 다룬 '성탄특선', 억척스러운 엄마의 자식 키우기를 엄마의 장례식에서 깨달은 딸의 이야기 '칼자국' 등 8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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