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은행 경영은 땅짚고 헤엄치기나 다름없다. 은행은 어떤 경우에도 망하거나 파산되지 않는다.기업은 경영이 방만하거나 자금력 정보력 기술력이 떨어지면 부도가 나서 쓰러지기도 하고 다른 기업에 흡수합병되기도 한다. 그러나 은행만은 기업과는 달리 경영이 어떻든 끄떡없이 은행으로 살아 남는다. 그 이유는 은행이 어려워질 때마다 정부가 지원·보호해주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한보부도와 관련, 부실화한 은행에도 정부가 특별 지원해줄 모양이다. 한승수 부총리겸 재정경제원 장관은 은행의 부실은 금융시스템의 불안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한보철강 부도와 관련, 자금사정이 어려운 개별은행에 한은을 통해 특별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은행의 부실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망해서도 안된다. 은행 파산에 따른 국내외 충격과 파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이 망해도 지원하지 않겠다는 정부 고위 당국자의 말 한마디로 해외에서 민감한 파문을 일으켰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은행은 기업처럼 경영을 잘못해서 부실화하거나 경쟁력이 없으면 망할수 있어야 한다. 개방과 자율화시대에서 정도 경영으로 탄탄한 경쟁력을 갖춘 은행과 그렇지 못하고 정치 권력에 유착, 방만한 경영을 함으로써 부실화한 은행과는 차별이 있어야 한다.
한보사태에서 역력히 보았듯이 한보부도 관련은행들은 부실과 자금사정 악화를 자초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한 은행에 정부가 대책없이 물을 채워주고 있는 꼴이다. 은행장이 구속되는 것으로 그만인듯 부실의 구멍을 정부가 메워줌으로써 망해야 마땅한 은행이 파산되지 않고 있다.
은행이 이처럼 손쉽게 경영을 하게 된다면, 아무리 부실해도 망하지 않는다면 외국의 은행과 싸울 경쟁력 향상은 기대할 수 없고 부실경영의 악순환이 되풀이 될 뿐이다. 그 부담은 금리상승·대출의 어려움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정부는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지고 땜질식 지원을 할 것이 아니라 은행도 잘못하면 망하고 흡수합병된다는 이치를 깨닫게 해야 한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부실의 악순환을 끊고 경쟁력을 기르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