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우 평가단장 "평가 세부화로 성과급 잔치 근절해야"

이만우 공공기관장 평가단장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민영화 단계적 추진 바람직… 임기 보장해야 경영효율화
노사대립 크게 줄어 긍정적… 보은식 낙하산 인사 개선을



"일부 공기업은 아직도 구태의연한 성과급 지급 행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경영평가를 보다 세부적으로 해 이를 미연에 방지해야 합니다." 20일 서울경제신문과 마주한 이만우(사진) 공공기관장 평가단장(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은 "경영평가가 나름대로 잘되고 있지만 (비틀린) 성과급 문제만큼은 아직 근절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단장의 말처럼 공기업의 보수 행태를 보면 정권 차원에서 선진화를 강하게 밀어붙였음에도 여러 측면에서 문제점이 발견된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사항만 보더라도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지난해와 올 상반기 3조원이 넘는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5,000억원가량의 성과급을 지급했고 주택금융공사는 임원급 연봉을 동결했지만 임원 9명이 3억2,000만원을 나눠 갖는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단장은 다만 "일부 기관은 기관장 연봉이 심하게 삭감돼 사기가 떨어질 정도"라면서 "성과에 맞는 현실화는 필요하다"는 점도 잊지 않았다. 이 단장은 공공기관(장) 경영평가의 성격을 '민영화로 가는 과도기적인 단계에서 나온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공공기관(장) 평가는 민영화가 미뤄지면서 고육지책으로 도입된 것"이라며 "가급적이면 단계적으로 공기업들을 민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평가단의 목적은 경영의 효율화를 북돋우고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이지 공기업 수장의 명운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칼자루를 휘두를 수 있는 현실적 위치를 감안하면 겸손하면서도 자기 절제의 의식이 돋보인다. 공기업 사장들이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임기에 대해서도 중요한 말을 했다. 그는 "임기를 지켜야 리더십과 경영효율화가 일사분란하게 진행될 수 있다"며 "평가에 의해 임기 전 퇴임 등이 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임기인 3년을 꼭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할을 맡은 지난 넉달, 그가 보람 있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단장은 "노사관계가 많이 좋아졌다"고 전제, "양면이 존재하지만 4억원 예산으로 45명이 평가한 것을 감안하면 효과는 100배, 1,000배"라며 노사 대립이 많이 해소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지난달 열린 내년 기관장 경영 계획서 평가 설명회에서 엄청나게 질문이 쏟아졌다"면서 "각 기관의 관심도도 높아지고 경영 효율화 의지도 커졌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보람 못지 않게 아쉬움도 있을 터. 그는 지난 평가에 대한 아쉬움을 묻는 질문에 올해가 첫 평가여서 각 기관장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점을 꼽았다. 그래서 내년에는 평가기준에 리더십 항목을 추가하고 부처 의견을 고려하는 등 차별화한 기준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영평가 결과의 파장이 컸던 만큼 일부에서는 평가에 대해 '정실인사'라는 비판도 나왔다. 정부의 입맛에 맞춰 기관장들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 단장은 이런 비판에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한국이 인맥사회인 만큼 기관 밖의 영향력 있는 외부 사람들에게서 전화를 받았지만 대면 평가를 허용하지 않는 등 공정성을 높이려고 노력했다"며 "각 기관장들도 공정성에 대해서는 은연중 동의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잘못 평가하면 직위에서 그만두는데 얼마나 무거운 평가냐"면서 "여러 교수들의 양심에 맡길 뿐"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기관은 평가가 끝난 뒤 차라도 한잔 대접하겠다고 제의했지만 단호히 거절했다고 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낙하산 인사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 그는 "현재 전문인이 하는 감사이사자리까지 보은식 낙하산 인사가 많다"며 "낙하산 인사는 점진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기 위해서는 아래에서 올라가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이 부분도 개혁대상으로 넣어 로드맵을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만우 교수 프로필 ▦1973년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1983년 미네소타대학원 경제학 박사 ▦1983년~현재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1990년~현재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자문위원 ▦1995~1996년 스탠퍼드대 객원교수 ▦1999~2007년 KDI 연구자문위원 ▦2001~2002년 한국공공경제학회장 ▦2009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장 평가단장
공기업 운명 '쥐락펴락'…해마다 3분의1 교체
●공공기관 평가단은 이명박 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공기업 개혁에 대한 의욕을 보여왔다. 기획재정부의 관할 아래 설치돼 있는 공공기관 평가단은 개혁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공공기관의 명운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공기관들에 매겨지는 점수 하나하나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평가단에 쏠리는 관심 역시 과거와는 확연히 차원이 다르다. 평가단은 지난 1984년 기관평가가 처음 생긴 후 한때는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또 다른 측면에서는 등수 매기기에 집착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해당 기관의 당근 파이(성과급) 에 기준이 될뿐더러 무엇보다도 기관장 개인에게 등급이 매겨져 해임건의까지 이뤄질 수 있게 돼 기능과 책임 모두가 커졌다. 올 6월 기관ㆍ기관장 평가 발표를 앞두고 각 기관들이 평가단 면면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는 후문은 평가단의 위상과 파워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실감하게 한다. 관심은 이제 내년 기관 성적을 책임질 평가단 구성에 모아지고 있다. 오는 2010년 평가단은 내년 3월 중 확정될 예정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평가단은 총 184명. 이 중 기관평가단이 139명이고 기관장평가단이 45명이다. 기관장평가의 경우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를 단장으로 조택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가 총괄간사로 활동했고 조명현(고려대 경영), 박순애(서울대 행정), 김진영(고려대 경제), 오철호(숭실대 행정), 박영범(한성대 경제) 교수 등이 참여했다. 기관평가는 이창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를 단장으로 신완선(성균관대 산업공학), 오재인(단국대 경영), 박진(KDI 경제) 교수 등이 참여했다. 기관장평가는 사람을 평가하는 만큼 경제ㆍ경영ㆍ행정학 등 거시적인 시각을 가진 교수들이 대거 참여한 게 특징이다. 기관평가는 사회기반시설(SOC) 분야에서는 토목공학이나 교통 전공 교수, 산업진흥에서는 도시계획ㆍ전기정보통신 전공 교수 등 전문적 시각을 가진 교수들도 일부 참여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역시 각 기관의 리더십이나 전략ㆍ경영효율화 등이 주요 평가 대상이라 경영ㆍ경제ㆍ행정 전공 교수들이 평가단의 주류를 이뤘다. 평가단은 매년 교체된다. 수치화된 기준은 없지만 기관평가는 통상 매년 3분의1 정도를 바꾼다. 3년 이상 똑같은 유형평가를 맡은 교수가 우선 교체 대상이다. 최근 대학에서 학생이 교수를 평가하는 것처럼 평가를 당하는 기관들도 평가단을 평가한다. 평가가 공정했는지, 예의를 갖췄는지 등을 따져 평가단 교체의 참고자료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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