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참석한 김종훈 수석대표가 서류를 검토하며 고민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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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벼랑끝 버티기'에 美의 파상공세 주목
美민주당 재협상 압박…행정부도 수용 가능성정부, 굴복하면 국내여론 악화 뻔해 '진퇴양난'
손철 기자 runiron@sed.co.kr
12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참석한 김종훈 수석대표가 서류를 검토하며 고민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지난 2일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협상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는 것은 의회 다수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의 파워가 반영된 것이어서 단순 압박은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재협상은 절대 없다"는 우리 측의 '벼랑 끝 버티기 작전'이 주효할지, 미국 측의 파상공세가 먹힐지 주목된다.
하지만 버티기에 성공하더라도 한미 FTA가 미 의회 비준과정에서 상당한 난항이 예상되고 만약 우리가 미국 측에 굴복할 경우 국내 여론 악화 등이 예상돼 정부도 진퇴양난의 처지에서 고민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재협상 거론 뒤엔 미 민주당 파워=미국 측이 재협상을 시사하고 나선 것은 단순히 우리 측을 압박, 쇠고기 전면 개방 등을 얻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이는 지난해 11월 미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정체성과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노동기준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새 통상정책을 수립해 지난달 말부터 행정부와 협의 중이다. 오는 7월1일 만료될 무역촉진권한(TPA)의 연장에 의회 동의가 필요한 상황에서 미 행정부가 민주당의 요구를 거부하기는 어렵다. 미 측이 재협상을 실제 요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전망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재협상 거부, 끝까지 통할까=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결코 재협상은 안한다"고 버티는 것은 명분에서 앞서고 시간적 측면에서도 유리해서다. 협상 타결을 선언한 지 한 달도 안돼 재협상을 꺼내는 것 자체가 상식에 어긋날 뿐 아니라 길어야 두 달만 버티면 미 정부가 협정에 서명해야 하는 데드라인을 목전에 두게 된다. 미국 측은 TPA 만료 전 협정문에 서명해야 한다.
하지만 협상 타결 전 "재협상을 할 수 있다"고 밝힌 사실을 미국 측이 강조하고 있어 실제로 미국이 재협상을 요구했을 때 우리 측이 이를 완전 무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벼랑 끝 버티기 작전으로 미 측의 재협상 요구를 막아내더라도 미 의회에서 한미 FTA 비준 과정은 크게 험난해질 수밖에 없다.
◇재협상 요구 들어줄 처지 안돼=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는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미국 자동차업체들이 한국시장에서 (FTA 체결로) 예상했던 것만큼 증가된 시장접근을 얻지 못하면 미국의 관세 양허안을 철회할 메커니즘도 마련해뒀다"며 우리 측을 압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미국 측이 실제 재협상을 요구해 우리 측이 수용하지 않으면 미 정부는 더 노골적인 통상압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정부가 '원칙의 문제'로 보고 기술적 문구조정을 제외한 새로운 내용을 논의하는 것은 추가 협상이든 재협상이든 없다고 못박은 마당에 이를 뒤집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특히 미국 측 요구를 받아들여 추가 협상 등에 나설 경우 국내 FTA 반대 여론이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적지않다.
이럴 경우 국회 비준이 어려워지고 연말 대선과 내년 총선 등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을 맞으며 한미 FTA의 운명이 국내에서 먼저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재협상을 거부하든 수용하든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여서 끝까지 재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04/12 1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