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최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국정감사 때 문제 있는 대기업 총수는 국감장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국감장에 부르겠다는 엄포로 들린다. 매년 대기업 경영진의 국감장 호출에 맛을 들인 야당에 여당까지 맞장구를 친 격이다.
벌써 야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출석 요구를 저울질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땅콩 회항 논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와 관련된 대기업 경영진의 국감 증인 채택 논의도 여야 간에 오가는 모양이다. 무엇보다 올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열리는 19대 국회의 마지막 국감이어서 대기업 때리기가 심해질 수 있다. 증인 무분별·겹치기 채택이라는 국회의 고질병이 도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대기업 경영진의 국감 출석에 대해 여야 모두 그럴싸한 명분을 들고 있지만 최근의 국회 분위기는 반기업정서에 편승해 국회가 반사이익을 보겠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지난 국감들만 돌아봐도 그렇다. 증인들을 불러놓고 제대로 된 질의는커녕 의원들이 증인 말은 듣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호통만 치다 끝나는 게 다반사였다.
특히 미래 성장동력을 찾느라 동분서주하는 대기업 경영진을 국감에 불러다놓고 망신을 준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 가운데는 증인 채택 이유마저 분명치 않은 사례가 허다하다.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 문제가 있다면 회사 이사회나 주주총회를 통하거나 필요할 경우 관련 법안 손질 등으로 해결할 일이다. 국회에서 바쁜 대기업 경영진을 호출해 이래라저래라 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 이제 국감도 국민과 기업의 눈높이에 맞게 구태에서 벗어나는 게 마땅하다. 증인이나 참고인 선정에 신중을 기하고 최소화해야 하는 게 그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