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강조한 대통령 연두회견

노무현 대통령의 14일 연두 기자회견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자신감과 안정감을 보여 줬다는 점에서 우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특유의 돌출 발언이나 감정적 대응이 없었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이 국정운영 2년차에 접어들면서 나름대로 경륜이 쌓여감을 보여주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이번 회견에서 `민생과 경제`에 초점을 맞춘 것도 방향을 잘 잡은 것이다. 회견문의 3분의 2를 서민생활 개선과 경제활력 회복 대책들로 채운 것에서도 그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는 새해 과제를 경기회복과 국가경쟁력 강화에 두고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일자리 창출`로 제시했다. 일자리 창출이 최선의 복지이고 가장 효과적인 소득분배라는 대통령의 인식은 올바른 것이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늘리되 무리한 부양책은 자제해 일시적인 경기부양책이 도리어 성장잠재력을 해치는 과거의 오류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힌 것도 바람직한 자세로 평가할 수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지도자회의`를 열겠다고 밝힌 것도 적절한 일이나 명칭에관해서는 좀 문제가 있다. 이 같은 제안이 그 동안 전경련 등 여러 곳에서 여러 차례 나왔는 데도 불구하고 마치 열린우리당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처럼 비쳐지게 만든 것은 `총선전략용`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 같은 종류의 회의가 각자의 희생을 요구하는 대단히 민감한 사안을 다루게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조그마한 오해의 소지라도 줄여 나가야만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노사안정을 강조하며 근로자들에 대해 “올해만이라도 생산성향상을 초과하는 임금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했고, 특히 임금면에서 우월적인 입장에 있는 대기업 노조의 절제와 양보를 주문했다. 생산성향상과 일자리 창출의 필수조건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주문으로 근로자들이 각별히 유의해주기 바란다. 노 대통령이 경제와 나라의 앞날에 대해 자신감을 보인 것은 좋으나 그 근거가 미약해 아직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부족하다. 또한 달러가치 하락, 통상압력 강화, 유가 상승 등 대외변수가 심상찮게 움직이고 있어 연초부터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대통령이 이날 보인 자신감과 안정감이 국민들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도록 이번 연두회견의 세부대책과 집행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편 정치분야에서는 노 대통령이 재신임문제 등 현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열린우리당 입당도 유보함으로써 시비의 소지를 많이 남겼다. 노 대통령은 정치적 선택을 보다 분명히 하고 그 시기도 앞당겨 정치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주기 바란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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