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각제 개헌을 둘러싸고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가 종전과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공동정권 출범 후 가급적 내각제 공론화를 기피하는 듯한 인상을 주던 金대통령이 조기담판으로 방향을 선회한 반면 내각제 개헌의 당위성을 강조하던 金총리가 오히려 시간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金대통령은 지난 11일 한 일본신문과의 회견에서 『현재 협의가 진행중인만큼 멀지않아 결론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혀 내각제 개헌과 관련된 모종의 결단 시기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같은 金대통령의 속도전 입장표명은 경제난 극복과 정치개혁의 마무리를 위해 내각제 문제를 어떤 형태로든 조기에 결론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반해 해외순방에 이어 설연휴를 부산에서 보내고 귀경한 金총리는 『내각제 개헌 입장에는 불변』이라면서도 『시간을 갖고 협의하겠다』고 밝혀 내각제가 조만간에 결론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金총리의 이같은 우보전술은 지난 2일 자민련 총재단 회의에서 DJP가 국민의 정부 출범 1주년이 오는 25일을 전후해 결단을 내라고 촉구하던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金총리는 결단의 시기를 되도록 늦추면서 지구전으로 갈경우 金대통령의 선택 폭을 좁힐 수 있고 그만큼 협상과정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金총리의 이같은 의도와는 달리 오는 21일로 예정된 金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23일 金총리의 주례보고 24일 정권출범 1주년 기자회견 등 중요한 정치일정이 예정돼 있어 두사람간에 심도있는 내각제 논의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金총리가 시간을 끌면서 입지를 강화하는 쪽을 선택하려고 해도 DJP 담판이 늦춰지는데 대한 당내 충청권 의원들의 압력이 만만찮은데다 金대통령 또한 내각제 개헌 논의가 길어질 수록 정국불안장기화에 따른 비난 여론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각제 개헌 논의는 올해 안에 金대통령의 속도전과 金총리의 지구전이 맞붙어 어떤 형태로든 결말이 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박민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