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 영웅전] 이세돌의 프로의식

제4보(50~63)


이세돌의 휴직계 수리 전말을 좀더 상세히 전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두 달 전 이세돌이 한국리그 불참을 선언한 배경부터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한국 바둑리그는 스타 플레이어들에게는 다분히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야구 선수의 경우에는 소속 구단으로부터 충분한 연봉을 받으므로 어느 정도 혹사당해도 억울할 것이 없지만 바둑리그는 양상이 전혀 다르다. 40여 명의 프로기사들이 거의 평등한 대국료를 지급받는다. 물론 우승팀이나 입상팀에는 상금이 내려지고 그것이 출전선수들에게 골고루 배급되지만 그 액수는 1년의 수고에 비해 턱없이 작다. 새내기들에게는 감격적인 액수지만 이세돌 같은 월드 스타에게는 너무도 소액이다. 한국리그와 중국리그를 동시에 뛰고 있는 스타급 기사들은 대국료 액수가 4배 가량 되는 중국리그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이것을 무조건 지탄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이세돌의 경우 한국리그의 대국이 랭킹포인트 관리라는 면에서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측면이 있었다. 갓 입단한 새내기들한테 어쩌다 한 판 패하면 포인트가 대폭 깎이는 형편이었다. 인품이 온후한 이창호는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고 봉사해 왔지만 프로의식이 넘치는 이세돌은 용약(용감하게) 불참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흑은 61로 보강하고 백은 62로 단속하여 일단락. 선수를 뽑은 이세돌은 대세의 요처인 63을 점령하여 불만이 없었다고 한다. 수순 가운데 백60은 고심의 일착. 이 수로 참고도1의 백1에 단수치는 것은 대세점인 흑10을 흑에 허용하게 되므로 백의 불만이다. 흑61로 참고도2의 흑1에 잇는 것은 백2ㆍ4로 흑의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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