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10년] 직접지원 지양-생산기반구축 뒷받침을

지난 10년동안 남북한 간의 경제 협력은 금강산 유람선의 출범을 눈앞에 둘 정도로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정경분리」「정경연계」등 정부 정책의 일관성 유지라는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심각한 북한의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식량 등 직접적인 대북 지원보다 외자유치를 통한 수출산업의 육성과 외화획득을 통해 식량을 수입하는 방안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대북정책 방향이 제시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22일 「남북경협-지난 10년의 평가와 향후 과제」라는 주제로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평가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된 내용을 요약한다. ◇남북 경협 10년의 평가 = 진정한 의미의 대북 경제정책은 지난 88년 6공화국 정부가 내놓은「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7·7특별선언」을 통해서였다. 즉 북한을 대결의 상대가 아니라 선의의 동반자로 규정하고 남북의 공동번영을 추구한다는 기조를 최초로 내세웠기 때문에 이 선언을 남북경협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이와함께 같은해 10월 7일 발표된 「대북한 경제개방조치」가 실질적인 경협의 발판이 되었으며 89년부터 본격화된 남북간의 교류는 남한이 북한의 3대 교역국으로 부상할 정도로까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주요 정치·군사적 사건들을 거치면서 경협을 주도하는 입장이던 정부는 일관성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들을 노출했다. 일단 6공화국에서는 7·7선언이후 비무장지대 무장병력침투 등 남북관계의 부정적인 사건에도 불구하고 경협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89년부터 시작된 경협이 92년까지 비약적으로 성장했으며 대우그룹 김우중(金宇中)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이후 경제인들의 대거 방북의 물꼬를 열었다. 그러나 문민정부에서는 일관성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들을 노출했다. 우선 정권 초기에는 「민족이 우선」한다는 입장에서 출발했으나 곧 핵사찰, 판문점 무장병력 투입, 잠수함사건등으로 「핵무기를 가진 자와 악수할 수 없다」는 식으로 바뀌면서 정경연계도, 정경분리도 아닌 무원칙한 대북정책을 펼쳤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실제 문민정부의 대북정책을 보면 수개월사이에 대북지원불가와 지원재개 등을 오가기도 했다. 현정부에 들어서는 햇볕정책 등 정경분리의 원칙으로 남북경협을 발전시키고자 하고 있으나 정경분리나 상호주의의 구체적인 정책방향과 수단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현재의 남북한 여건= 남북한 모두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우리측으로서는 환율인상에 따른 채산성이 크게 악화된 데다 국내 수요가 대폭 줄어든 상태에서 민간기업들이 경협에 나설만한 이점이 보이지 않는다. 무역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남북경협업체중 93%가 경제위기에 따라 대북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으며 79%는 계획을 연기할 의사를 보이고 있다. 북한도 90년이후 지속되고 있는 경제난에다 기아까지 겹쳐서 사실상 자체능력만으로는 경제를 회생시킬 수 없는 여건이다. 게다가 경제난이 체제붕괴의 우려까지 불러 일으키고 있기때문에 남북경협이나 대외개방·개혁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바람직한 대북경제정책 방향=우선 붕괴위기에 있는 북한의 경제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 즉 북한경제 회생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경협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식량난의 경우 북한 자체의 농업개혁은 북한체제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외자유치를 통한 수출산업의 육성과 이에따라 획득된 외화로 식량을 수입하는 방안이 최종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도 식량의 직접적인 지원보다도 비료·농약등의 지원이 필요하며 경협확대를 통해 생산기반을 구축해가는데 주력해야 한다. 또 단순한 무상지원보다는 유상지원 등을 통해 북한이 외화획득이 가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현 정부는 출범초 대북정책의 방향으로 무력도발 불용, 흡수통일 배제, 교류 협력 증진이라는 3대원칙을 제시했다. 결국 평화공존정책으로 볼수 있는데 이를 위해 경협의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남북경협에 있어서 정경분리의 원칙을 지키며 이를 위해서는 조직·기능을 정비하고 창구단일화도 검토해볼만 하다. 정경분리는 결국 민간부문의 역할을 증대시키는 것이지만 창구가 지나치게 다원화될 경우에는 까다로운 협상파트너인 북한측에 끌려다닐수 밖에 없기때문에 각 이해단체별로 창구를 단일화하는 방안을 고려해볼만 하다. 이와함께 방북·경협의 승인절차, 미비된 대금결제제도, 낙후한 통신및 운송연결체계 등 경협과 관련된 인프라 구축에도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온종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