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남부교통망 조기완공"교통망확충없는 세무조사론 한계" 판단
정부가 수도권 남부 교통망 계획을 예정보다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씩 앞당기는 것은 최근 서울 강남지역을 시발로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는 부동산 투기열풍을 항구적으로 잠재우기 위한 것이다.
최근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국세청의 세무조사로 부동산열기를 진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판교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남부지역의 교통망이 조기 완공될 경우 심한 체증을 빚고 있는 이 지역의 교통이 수월해져 강남 인구의 분산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당장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게 문제다.
또한 강남 등 서울지역의 부동산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용인지역 등 수도권 다른 지역의 가격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 수도권 교통망 조기 완공 배경
무엇보다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이고 있는 아파트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서다. 정부는 최근 우려할 만한 수준에 다다른 아파트값 상승을 막기 위해 힘(세무조사)을 동원하고 있으나 한쪽을 잡으면 다른 쪽에서 불거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항구적인 안정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서울 인근에 살려는 수요는 분명히 있는데도 서울 외곽지역에는 빈집이 남아도는 현상을 바로잡으려는 정책의도도 깔려 있다.
권오규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서울 강남지역에서 살 만한 형편이 못돼 도심 외곽에서 살고 싶어하는 수요가 많은데도 용인 수지나 죽전 등 수도권 지역에 빈집이 남아도는 것은 서울로 이어지는 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공급일변도의 주택정책을 교육ㆍ교통ㆍ의료 서비스 등 주거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소프트웨어 중심적인 정책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다.
◆ 예산 추가확보가 관건
건설교통부는 본래 분당 오리에서 수원까지 이어지는 분당선 연장사업을 오는 2008년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핵심인 영덕~양재, 분당~신림 도로는 늦어도 2005년까지 개통할 계획이다. 이들 2개 노선은 총길이 93.1㎞에 이르는 수도권 남부 9개 노선 가운데 절반 정도(46.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건교부의 한 관계자는 "공사계획을 2~4년 앞당기기 위해서는 재원마련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사비가 충분하면 공기를 축소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올해 6,000억원 정도의 예산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원래는 신분당선 2조1,000억원, 분당선 연장 1조4,000억원, 광역교통망 2조4,000억원 등 6조3,000억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경전철은 경기도와 협의를 거쳐 시공 민간업체에 택지개발권을 부여하는 등 유인책을 모색할 생각이다.
◆ 용인지역 아파트가격 다시 부추길 수도
용인 일대와 서울을 연결하는 도로ㆍ전철망의 조기 개통은 용인지역 부동산시장에 큰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용인지역 부동산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죽전지구 아파트 분양을 기점으로 회복세를 타고 있다. 여기에 광역교통망 조기 개통의 호재까지 겹칠 경우 아파트 등 이 지역 부동산의 가격상승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난개발'의 진원지로 꼽혔던 수지읍 등 용인 서북부지역이 이번 광역교통망 조기 개통의 가장 큰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용인 서북부에는 수지1ㆍ2택지개발지구의 1만4,500가구를 비롯, 5만3,000여가구의 아파트가 입주를 마쳤거나 공사 중이다. 택지지구에 비해 기반시설이 부족한 준농림지에 들어서는 아파트만도 8,000여가구에 달한다.
이 일대에서 생활여건이 가장 좋은 편에 속하는 수지1ㆍ2차지구만 하더라도 아파트 가격은 인근 분당에 비해 20% 이상 낮게 형성돼 있다. 이러한 가격차이의 가장 큰 요인은 서울로의 불편한 교통여건이다.
광역교통망 조기 개통은 용인 신규분양 시장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용인 일대에서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총 1만6,000가구. 현대건설ㆍ포스코개발 등이 죽전지구에서 분양에 나서며 LG건설은 수지읍 신봉리에서 LG빌리지 2차 1,613가구를 공급한다. 중견 건설업체인 동일토건도 5월 2,046가구의 대단지를 분양할 예정이다.
박동석기자
이학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