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인텔 잡아야…" 생존 몸부림

日·대만 반도체업계 잇단 합종연횡 추진
가격경쟁력 약화·불황으로 실적 곤두박질
시장판도 뒤집을 만한 요과 낼지는 미지수


일본ㆍ대만의 반도체 업계가 불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메모리 부문 세계 3위인 엘피다가 대만 정부와 힘을 합쳐 일본-대만 메모리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또 전체 반도체 업계 순위에서 7위와 10위인 르네사스와 NEC일렉트로닉스가 경영통합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는 글로벌 불황과 엔고가 겹친 상황에서 경영위기를 타개하고 삼성ㆍ인텔 등 선두권 업체를 따라잡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삼성ㆍ인텔 잡아라”=세계 메모리반도체 업계는 2년간 이어진 출혈경쟁(치킨게임)을 벌이면서 지난해 말 최악의 업황을 겪었다. 주력제품인 1Gb DDR2 D램 고정거래가는 지난해 5월 2.25달러선에서 올 들어 1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여기에 글로벌 불황으로 PC 등의 수요가 줄었다. 세계 8대 메모리 업체 중 삼성 등 한국 업체 일부를 제외하고 일본과 독일ㆍ미국ㆍ대만 업체들은 재무구조가 극도로 악화됐다. 특히 엔고 현상으로 일본 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이나 실적에서도 크게 고전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의 합종연횡 움직임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고육책이다. 엘피다는 대만 정부가 설립한 타이완메모리와 연대해 파워칩ㆍ프로모스 등 대만 4개사와 통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렇게 되면 점유율 단순합계가 20%를 넘어 2위 하이닉스를 제치게 된다. 이는 일본의 시스템반도체 업체에도 영향을 미쳤다. 세계 7위인 르네사스와 10위 NEC일렉이 합칠 경우 세계 3위로 올라서게 돼 양사는 경영통합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세계 3위인 도시바와 함께 3ㆍ4위를 모두 일본 업체가 차지하면 인텔과 삼성전자를 위협할 수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반도체 산업은 대규모 투자금이 들어가는데 불황과 치킨게임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지금의 업계 구조로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업체들을 중심으로 합종연횡을 진행, 업황을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너지 효과는 불투명=하지만 일본 등 세계 반도체 업계의 구상대로 삼성전자나 인텔 등 수위권 반도체 업체들을 위협할 만한 통합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근창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6일 “타이완반도체의 설립목적 자체가 난립하는 대만 업체들이 파산하면 장비를 인수해 전체 시장을 다운사이징하려는 것”이라며 “공급이 감소하면서 우리 업체들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비메모리 분야는 다품종 소량생산 형태여서 합종연횡의 시너지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통합 자체가 현실화될지도 여전히 안개 속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돼온 일본-대만 메모리 업체 통합은 최근에도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대만의 야당 의원들은 “타이완메모리가 필요한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라”며 반대 의견을 보이고 있고 통합 당사자인 파워칩 등도 “자금력 없는 타이완반도체는 대만 업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다만 시장 규모가 메모리의 3배에 달하는 시스템LSI 분야에 대해서는 국내 업체들도 경쟁력 강화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 사업 분야가 겹치지 않는다고 방치했다가는 미래 경쟁력을 확신할 수 없다는 맥락에서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일본 합종연횡이 당장 국내에 타격을 주지는 않겠지만 시스템반도체는 고부가가치 산업인 만큼 정부와 국내 업체들도 이 분야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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