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가맹점 이탈 '비상'

AI·광우병 파동으로 외식시장 불신 확산
소고기·오리 전문점 계약해지 잇달아
삼겹살·해산물 등 메뉴 다양화 나서


프랜차이즈 가맹점 이탈 '비상' AI·광우병 파동으로 외식시장 불신 확산소고기·오리 전문점 계약해지 잇달아삼겹살·해산물 등 메뉴 다양화 나서 김현수 기자 hskim@sed.co.kr 김지영기자 abc@sed.co.kr 서울 행주산성 입구에 즐비하게 들어선 음식점 골목. 저녁 9시가 넘었는데도 오리 전문점들에는 종업원들만 덩그러니 가게를 지키고 있다. 아예 가게 문을 닫고 내부 공사중인 곳도 여기 저기 눈에 띈다. 10년 넘게 오리 훈제 구이집을 운영했다는 박선길(54) 사장은 “하루 매출이 30만원도 채 되지 않는 날도 있다”며 “조만간 낙지집으로 업종을 바꿔 볼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광우병 파동으로 육류 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커지며 외식 창업시장이 일대 홍역을 치루고 있다. 특히 오리나 닭 등을 취급하던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가맹점 이탈이 늘어나 비상이다. 소규모 식당들이야 돼지고기나 생선 등으로 업종을 바꾸면 되지만 가맹점 사업인 프랜차이즈 입장에서 가맹점 이탈은 프랜차이즈 본사 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사업 자체를 접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수입소고기 전문프랜차이즈인 S사의 경우 이 달 들어 5개 가맹점이 계약을 해지했고 신규 가맹점 문의도 끊어진 상태다. S사 관계자는 “소고기전문점이라는 전문성 때문에 메뉴를 추가하기도 힘들다”며 “현재로선 가맹점 이탈을 막기 위해 본사차원에서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가맹점주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가맹점 이탈을 조금이라도 막아보기 위해 아예 본사 차원에서 오리, 닭, 수입소고기 등의 비중을 줄이고 돼지고기나 해물류를 메뉴에 추가하는 프랜차이즈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최대 생오리 전문체인점인 ‘가나안덕’은 최근 10년 넘게 유지하던 생오리 단일 메뉴를 포기하고 삼겹살, 떡갈비 등을 메뉴에 추가했다. 이대희 가나안덕 영업본부장은 “AI가 매년 반복될 수도 있는 만큼 가맹점 매출회복을 위해 메뉴를 다양화했다”며 “구이전문점이라는 점을 살리기 위해 오리 비중을 줄이는 대신 삼겹살 등 다른 육류를 40% 정도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우병 파동으로 곱창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곱창 전문점들도 직격탄을 맞자 고향막창은 최근 쭈꾸미와 꼼장어 등의 메뉴를 만들었다. 고향막창 관계자는 “아직 미국산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지난 4월부터 가맹점 문의가 크게 줄었다”며 “새로운 메뉴로 매출회복을 꾀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수입소고기 전문 프랜차이즈들은 수익성을 고려하면 미국산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문제가 되는 미국산 소고기의 월령을 명확하게 구분해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수입소고기 전문프랜차이즈인 소가미소 관계자는 “미국산 소고기를 들여와 사용하면 과거 수입위생조건에 맞춰 30개월 미만의 살코기만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육류 프랜차이즈들이 어려움을 겪는데 반해 고등어, 삼치, 갈치 등 생선류 중심의 전문점들은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퓨전생선구이 전문점이 ‘어굼터’의 경우 4월 이후 가맹점별로 매출이 2~3배 정도 늘어났으며 창업 문의도 평소보다 40%이상 늘어났다. 어굼터 관계자는 “AI, 광우병 등으로 1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던 점포가 3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현재 120개 정도인 가맹점을 올해 200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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