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비전과 혁신으로 기업을 일으켰던 창업자가 세상을 떠나거나 일선에서 물러난 후 '아버지 잃은' 기업들의 살아남기 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업가치 및 브랜드와 동일시되던 창업자의 부재를 어떻게 메우느냐가 기업 생존의 관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속가능 경영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미국의 카펫타일 기업인 인터페이스의 경우 지난 1994년 창업자인 레이 앤더슨이 사망한 후 후계자들은 그의 부재를 메우는 것이 엄청난 과제였다. 댄 헨드릭스 현 인터페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앤더슨과 인터페이스는 사실상 동의어였다"며 "그의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비전이 단순한 카펫회사 차원을 뛰어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팀 쿡이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를 이어 기업경영을 맡은 지 꼭 1년 만인 지난주 삼성과의 특허분쟁에서 승리를 거뒀다. 쿡은 이를 '창의와 혁신'으로 대표되는 잡스의 철학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FT는 쿡의 이러한 시도에 대해 위대한 창업자를 떠나 보낸 고아기업들이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의 전형이라고 분석했다.
앤더슨과 잡스는 자신들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미리 후계자들에게 알리고 대비할 수 있게 했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잡스는 생을 마감하기 전 그의 경영철학이 전승될 수 있도록 전기작가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창업자의 이미지를 승계하는 인물들을 통해 기업가치를 지켜내는 사례도 있다. 페스트푸드 업체인 웬디스는 창업자 데이브 토머스가 2002년 작고하자 광고에서 그의 이미지를 뺐다가 10년 만에 다시 그를 불러냈다. 최근 광고에서 토머스의 딸이 그의 아버지와 기업가치인 '품질과 신선함'을 얘기하고 있는 것.
친환경화장품 브랜드인 보디샵은 윤리경영을 주창했던 애니타 로딕이 세상을 떠난 지 몇 년 만에 로레알에 매각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보디샵은 케임브리지대를 나온 재원이자 환경ㆍ인권운동 등에 앞장서고 있는 릴리 콜을 모델로 등장시켜 로딕의 철학과 기업 이미지를 되살리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인물을 통해 창업자를 되살리는 시도는 위험을 내포한다. 브랜드컨설팅 회사인 루퍼스레오퍼드의 프레드릭 베이비스톡은 "너무 유명한 인물을 등장시키면 회사가 정체성을 잃고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며 "브랜드와 직접 연관된 인물로 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창업자들이 후계자들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컨설팅 업체인 인포시스리더십인스티튜트의 매트 바니는 "창업자가 너무 많은 강연이나 인터뷰를 하지 않는 것이 후계자들을 위한 길"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업들은 창업자들의 정신을 승계함과 동시에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거의 역사가 현재의 영광을 만든 것이라면 미래는 현재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