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흡수합병키로 함에 따라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고 있는 현대그룹이 어떻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이와 관련, 현대그룹이 자금확보차원에서 한화에너지를 인수해 현대정유의 규모를 키워서 매각하거나 LG측에 보상빅딜로 넘길 것이라는 얘기 등이 불거지고 있다.
기아자동차 인수, 금강산개발사업, 한화에너지 인수, 한남투신 인수, LG반도체 인수 등 현대가 지난해부터 저인망식으로 훑어가고 있는 사업들은 모두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대형사업들이다.
당장 LG는 100%의 지분을 현대측에 넘기는 대신 주식 액면매각대금외에도 기술력, 영업력 등 무형자산까지 돈으로 환산해 받아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5~6조원을 요구하고 있다. 협상과정에서 금액은 조정되겠지만 최소 2조원이상은 지불해야 할 상황이다. 이달말까지 양사가 지분 양수도를 마무리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당장 2조원정도를 마련해야 한다.
또 3월 28일 기아자동차 주식납입을 위해서는 1조2,0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여기에 금강산관광 대가로 2005년까지 9조4,000억원 가량을 지불해야 하며 본격적인 금강산 개발에 들어갈 경우 추가 투자금액은 눈덩이처럼 늘어나게 된다. 부실덩어리로 알려진 한남투신 정상화 자금도 관심거리다.
한화에너지를 인수한 후 현대정유를 매각하거나 비주력 계열사를 국내외에 매각해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정황에 근거한 것이다. LG에 보상빅딜 기업을 내놓으면서 상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회사채발행 등을 통해 적지않은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이 자금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계열사의 해외 매각 및 외자유치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합반도체 회사의 외자유치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도 『자동차와 전자, 건설, 중화학, 금융 및 써비스 등 현대가 선정한 5대 주력사업 이외에는 모두 매각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대내의 자금담당 실무자들은 『이들 자금은 모두 일시에 지급하는게 아니고 연차적으로 분할 지급하는 만큼 외부에서 바라보듯 자금확보는 큰 문제가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1조원 정도야 국내외에서 1,000억원짜리 회사채 10개만 발행하면 된다는 단순 논리다.
한남투신의 경우도 국채발행을 통해 정부가 지원한 만큼 큰 자금부담이 없다는 말도 덧붙인다. 실제로 기아자동차의 경우도 최근 3,000억원대의 자금을 자체 조달했으며 은행권과 투신사를 중심으로 자금대출제의가 밀려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그룹이 공격적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가 한국은행이다. 돈을 찍어내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자금에 관한 현대의 자신감에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있다.【정승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