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 휴대폰 단말기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온 삼성전자가 최근들어 美 모토롤러의 국내시장 공세와 SK텔레콤의 자체 단말기 생산으로 최대 위협에 직면해 있다.삼성전자의 '애니콜 신화'에 가장 위협을 주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국내 휴대폰 시장의 44%인 572만여명(10월말현재)을 확보하고 있는 SK텔레콤의 움직임이다.
SK텔레콤은 지난 2일 미국 현지에서 모토롤러와 40만대의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디지털 단말기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해 삼성전자를 긴장케 했다.
연간 40만대 물량은 삼성전자가 내수시장에 판매하는 400만대중 10%에 해당되는데다 지금까지 SK텔레콤의 물량중 70% 가까이를 삼성전자 애니콜이 차지해 온 점에 비춰 볼 때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보통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SK텔레콤이 모토롤러로부터 공급받는 단말기는 이미 모토롤러가 지난달부터 한국시장에서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텍' 모델이 주력인데다 앞으로 모토롤러가 '스타텍'보다 디자인이 뛰어난 신형제품을 포함시킬 방침이어서 삼성전자를 더욱 긴장케 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이 모토롤러로부터 받는 단말기 대당 평균가격은 30만원대 선으로 그동안 신제품을 낼때보다 60만-70만원 대의 고가제품을 내 왔던 삼성전자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더구나 일본 교세라측과 합작회사를 설립한 SK텔레콤이 내달부터 세원텔레콤을 통해 본격적으로 단말기 생산을 강행하기로 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존 국내 단말기업체들의 입지는 약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SK텔레콤의 단말기 생산에 가장 반대해 온 삼성전자로서는 SK텔레콤이 일본 교세라 및 美 모토롤러와 손잡고 국내 단말기 시장을 위협하는데 대해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세원텔레콤을 통해 생산될 물량이 초기에는 전체 물량중3-5%에 불과하고 모토롤러와의 계약도 현재 확정된 것은 연말까지 5만대이고 나머지는 협의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SK텔레콤측은 특히 세원텔레콤을 통해 생산될 단말기와 美 모토롤러의 단말기는요즘 과도한 로열티 지급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퀄컴사의 칩을 사용하지 않고 자체개발한 칩을 사용하기 때문에 퀄컴을 압박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그동안 수입선 다변화 정책에 묶여 국내 수입이 제한됐던 일제 단말기가 내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는 필연적이라는것이 SK텔레콤의 입장이다.
다시 말해 기존 국내 단말기제조업체들이 퀄컴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자체 칩개발에 주력하지 않고 안주해온 점을 강조하면서 이번 구입선 다양화로 인해 단말기가격도 떨어뜨리고 퀄컴사에 대한 의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SK텔레콤은 밝히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먼저 출시된 모토롤러의 스타텍 단말기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내주초 선보일 자사 폴더형 단말기가 나올 경우 디자인과 기능면에서 모토롤러를 손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모토롤러의 공세와 SK텔레콤의 단말기 공급선 다양화 전략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