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열의 음악앨범' 내달 1일로 방송 10주년
"DJ하면서 사람사는 모습 많이 배워 마이크 놓고 싶지 않네요"
오전 9시. 부산스러운 출근길도 얼추 정리되는 시간이다. 마치 녹음한 양 “온 도시가 꽉 막힌다”는 교통정보 방송도 한 숨을 돌리는 그 때, 어느 새 라디오에선 감미로운 음악과 편안한 목소리가 지친 이들을 달랜다.
KBS 2FM ‘유열의 음악앨범’ DJ 유열도 그 주인공. 다음 달 1일이면 방송 10주년이다. 개국 40년을 맞은 2FM에서 한 명의 DJ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10년간 방송을 진행한 것은 최초다.
“담담했었는데 막상 10주년이라고 하니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는 걸 실감하겠네요. 한결같이 제 프로그램을 사랑해준 팬들에게 고맙고 감사할 뿐입니다”
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생방송을 진행하는 것이 결코 만만치는 않았다”고 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상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해야 했지만 생방송 원칙만큼은 늘 지켜왔다. 같은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살아있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10년이라는 세월을 실감할 수 있는 건 청취자. 사회 초년생이었던 이들은 어느새 아이 엄마가 됐고 4~5년 유학 갔다 돌아온 팬의 사연도 종종 받는다. TV에 자주 나가지 않아 얼굴을 알아보는 이들은 줄었지만 목소리만 듣고 “아침 방송 잘 들어요”라고 응원해 주는 팬들은 오히려 많아졌다고 한다.
‘…음악앨범’은 해외 유명 뮤지션들이 내한하면 꼭 들르는 방송. 케니 지, 데이빗 그루신, 사라 브라이트먼 등 그 수도 헤아릴 수 없다. 그는 “익은 벼는 다들 고개를 숙이더라”며 “무게감보단 오히려 소년 같은 순수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음악만 했으면 그저 무대에 머물렀을 거에요. 하지만 DJ를 하면서 객석으로 내려가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잠시 주춤했던 음악 활동은 다시 시작하겠지만 그래도 DJ 마이크는 놓고 싶지 않네요"
이상훈
기자 flat@sed.co.kr
입력시간 : 2004-09-14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