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농업과 만나다

몬산토 기후데이터 분석 기업 9억3,000만달러에 인수
200억달러 규모 시장 창출 기대


세계적 종자기업인 몬산토가 기후 관련 데이터 분석기업을 1조원에 인수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강수ㆍ토양ㆍ유전자 등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작황을 극대화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신개념 농업을 촉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외신들은 2일(현지시간) 전세계 유전자조작농산물(GMO)시장의 90%를 장악한 몬산토가 빅데이터 벤처 '클라이밋코퍼레이션'을 현금 9억3,000만달러(1조원)에 사들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클라이밋은 미국 전역의 기후·작물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농업 종사자들에게 관련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매체인 기가옴에 따르면 클라이밋은 미국 전역을 2,000만 단위로 쪼개 주요 작물의 토지·지형·날씨에 따른 단위별 연간작황 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하면 무려 5조개에 달하는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만들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로 몬산토가 바이오기술(BT)·정보기술(IT)·환경기술(ET)은 물론 보험 분야까지 갖춘 거대 농업기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고 있다.

몬산토는 이번 인수 외에도 농업에 빅데이터 도입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농업기술 지원 소프트웨어 업체인 '프리지션플랜팅'을 사들여 자사가 갖춘 옥수수 작황 데이터베이스와 연동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벤처 지원에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ET·BT 데이터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신생 IT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몬산토는 농업 관련 데이터 분석이 장차 200억달러 규모 이상의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몬산토가 최근 실적부진에 시달리면서도 이처럼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것은 빅데이터 분석이 작물의 신품종 개발 및 생산량 확대 등 농업 분야에 일대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이미 미국과 유럽 농업계에서는 데이터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IT벤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농민들은 비료사용ㆍ급수시기 등을 결정하는 데 이들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기가옴은 스페인의 몇몇 포도재배 농가가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제초제와 살충제 사용량을 20% 줄이면서도 생산성은 15% 올렸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몬산토의 라이벌인 듀폰도 농민들에게 토질·작황 데이터를 제공하는 '필드360' 서비스를 시작했다. 세계 최대 농기계 업체인 존디어도 이와 유사한 '존디어필드커넥트' 서비스를 지난해 론칭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기존 농업에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농업'은 현재 미국에 한정된 얘기지만 점차 관련기술을 갖춘 기업들이 성장하면서 중국·인도 등의 농업 분야로도 진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제너럴일렉트릭(GE)ㆍ오라클 등 다국적기업들도 데이터 분석 기술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앞으로 농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산업계 전반에서 빅데이터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이 치열할 것이라는 게 외신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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