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생명 어떻게되나 -대한생명을 제값받고 팔려는 정부의 1차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정부는 재입찰을 통해 1차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던 미국의 메트라이프생명이나 프랑스 악사(AXA) 그리고 롯데그룹 등 인수의사를 밝혔다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투자사를 새로 참가시키고 입찰에 참여했던 4개사는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재입찰을 한다고 새로운 투자자가 참가하거나 크게 좋은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보이지 않아 매각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재입찰 결과도 기대했던 것 만큼 만족스럽 못할 경우 매각을 유보하고 정부가 대한생명을 인수, 정상화 후 파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한생명을 헐값에 팔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분명한 것이다.
따라서 재입찰에 참가하는 투자자들은 1차때보다는 인수가격 등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해야 대한생명 인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의 낮은 가격, 명성 등의 불명확한 자금유입
생명보험사 구조조정 위원회는 18일 회의를 열고 4개사가 제시한 인수가격이나 자금조달 방안이 만족스럽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메트라이프와 악사의 불참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던 LG그룹은 1조2,000억원 안팎의 인수가격을 제시해 탈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금조달과 보험산업 발전공헌 가능성은 인정됐지만 제시한 인수가격이 너무 낮아 유찰시킨 것으로 보인다.
금감위 관계자는 『1조원을 원하는데 1,000억원부터 시작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해 가격협상을 시작해도 정부가 기대했던 2조원까지 끌어 올리는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유찰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LG그룹은 메트라이프와 악사가 입찰을 포기한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인수가격을 1조원 정도 밖에 써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명성은 1조5,000억원에 협상결과에 따라 2조9,000억원까지 자금을 조달하겠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일본 민단에서 자금 조달가능성과 보험산업 발전공헌 가능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다크호스로 예상됐던 미국계 로버트펀드와 노베콘 역시 제시가격이 미흡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로버트사는 부동산관리 전문회사로 부실기업을 인수해 정상화시킨뒤 되파는 벌처펀드 성격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대한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에만 관심이 있을 뿐 보험회사를 경영하겠다는 생각과 관련 노하우는 전혀 없는 상태다. 미국의 인수·합병(M&A) 전문회사 노베콘을 내세워 참가한 익명의 투자자도 그 실체가 벌처펀드여서 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입찰도 유찰되면 매각 유보 검토
정부는 재입찰을 통해 더 나은 가격에 대한생명을 팔 계획이다. 그러나 한번 유찰된 물건이 더 나은 가격에 낙찰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때문에 재입찰에서도 만족스런 인수조건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매각을 상당기간 유보하고 대한생명을 우선 정상화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대한생명은 제일은행과 달리 유동성이 부족한 상태는 아니다. 현재 영업실적도 호조를 보이고 있고 기업대출이 주된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거래기업이 신규대출을 받지 못해 도산할 우려도 없다. 보험계약을 대량으로 해약하는 일만 발생하지 않으면 정부가 굳이 서둘러 팔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는 제일은행처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한뒤 대규모 공적자금을 긴급수혈할 이유가 없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값을 받고 팔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메트라이프나 악사가 이미 대한생명 인수를 포기한 상태에서 다시 참가할 가능성은 적고 독일 알리안츠도 제일생명을 인수하기로 해 참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금감위는 인수의사를 밝혔다가 입찰에 참가하지 않은 미국 AIG그룹·롯데그룹이나 다른 외국계 생보사를 상대로 입찰 참가를 권유할 계획이다.
또 금감위는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하고 생보산업 선진화를 매각원칙으로 삼았기 때문에 납득할 만한 조건을 제시하지 않거나 경쟁력있는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공적자금을 투입해 정상화시킨 후 정부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매각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대한생명 처리는 빨라야 하반기에나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신동아화재는 어떻게 되나
정부는 신동아화재를 좋은 가격에 매각하겠다는 입장은 확고하지만 구체적인 처리방안은 정해논 것이 없다. 정부는 일단 대한생명 매각에 주력하고 신동아화재에 대해 아주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가 나타나면 협상을 통해 매각할 수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한 투자자는 없어 일단은 대한생명 처리 향방이 결정된 후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비공식적으로 인수의사를 밝히고 있는 투자자는 많아 대한생명 매각이 유찰로 끝나더라도 신동아화재는 분리매각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우승호 기자 DERRIDA@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