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결산 앞두고 대출문제등 속앓이

상당수 적자 뻔해 감가상각 유예조치등 건의

지리정보업체인 K사의 J대표는 요즘 정기 결산을 앞두고 잔뜩 속앓이를 하고 있다. 당장 대출이 필요한 상황인데 은행들이 적자 결산서로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J대표는 “가결산을 해보고 있는데 최소한 3억~4억원 정도는 적자가 예상된다”며 “대출을 받아야 되는데 적자 성적표로는 아무래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원자재 및 환율 급등, KIKO 피해 등으로 최악의 한해를 보낸 중소기업들이 이번에는 결산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이 적자수렁에 빠질 것이 뻔해 앞으로 은행대출 심사는 물론 보증기관의 보증심사에서도 불리해지고 관 공사 입찰에서 점수가 깎이는 등 피해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은행 대출의 경우 통상 적자결산서를 내밀면 이율이 1%포인트 이상 올라가고 기보·신보 등 보증기관의 보증료도 0.5~1.0%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급해진 일부 업체들은 의도적으로 흑자를 만들기 위해 가공 매출을 계산하고 판매관리비를 줄이는 등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 사업을 하는 P사는 잘 아는 업체에 부탁해 지난해 12월 3억원 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처리해 가공 매출을 만들었다. 이 공사는 올들어 취소된 것으로 장부에서 정리된다. 또 일부 업체들은 판매관리비를 최대한으로 줄이고 있으며 기성액에 따라 매출이 잡히는 건설·조선사의 경우 기성률을 실제보다 올리는 방법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업계는 정부가 이 같은 어려움을 감안해 자산재평가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추가적인 지원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지난해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숨통을 터줘야 한다”며 감가상각의 일시 유예 같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최근 이 같은 현장의 의견을 모아 정부당국에 감가상각 유예조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상장기업은 국제회계 기준상 어렵겠지만 비상장 기업의 경우 감가상각을 1~2년 유예해줄 수 있다“며 “비상 상황에 걸맞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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