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에서 발주된 FPSO 중 가장 고가인 1조원 규모의 '아그바미 FPSO' 가 드디어 위용을 드러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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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크 내에서 작업자들이 7월 말 진수를 앞두고 마무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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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씨 38도가 넘는 한여름 날씨에 바다에서 불어오는 열풍.
지난 14일 방문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작업현장은 보통 사람은 한 시간도 견디기 힘든 무더위가 둘러싸고 있었지만 이곳에서 만나본 사람들은 무더위를 전혀 못 느끼는 듯한 모습이었다.
부산 김해공항에서 100㎞ 떨어진 경남 거제시 옥포만. 이곳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의 조선소에서는 요즘 국내 조선업 역사상 가장 대규모인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이다.
‘아그바미 FPSO(부유식 원유생산ㆍ저장ㆍ하역설비)’는 수심 200m 이하 대륙붕 지역 유전의 고갈 여파로 전세계 오일 메이저들이 심해저 유전 개발에 나서면서 등장한 신개념의 해양 플랜트다.
이오봉 해양의장팀 직장은 “FPSO는 최근 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태어난 새로운 개념의 해양설비”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주액만 1조원에 달할 정도로 전세계에서 가장 고가”라고 귀띔한다.
◇창사 이후 첫 전체 FPSO 공사 수주=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5년 1월 단일 프로젝트로는 사상 최대인 1조원(10억달러) 규모의 FPSO를 수주, 전세계 조선업계를 놀라게 했다. 전에는 FPSO를 수주할 때 헐(선체)과 저장기능, 오일 프로세스 유닛, 발전기능 등으로 구성된 FPSO 중 선체 부분만을 수주했다.
전체 FPSO를 수주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전세계 조선업체 가운데 FPSO의 일부분이 아닌 전체를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국내 회사는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에 국한될 정도로 까다로운 기술력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오일 메이저인 셰브런텍사코사가 발주한 이 FPSO는 현재까지 신조 발주된 FPSO 중 최대 규모다. 길이가 320m에 달하고 폭 59m, 깊이 32m로 자체 무게만 10만톤에 이른다. 또 총 34만3,000톤(216만배럴)의 원유도 저장할 수 있다.
◇파격적인 계약조건=이번 프로젝트 수주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원가연동제 계약과 함께 턴키 방식의 수주를 체결했다는 것.
대우조선으로서는 철강재 가격이 계약시점보다 상승하거나 환율 변동이 발생할 경우 추가 비용 부담을 선주 측에 요청할 수 있어 비용 상승에 대한 부담을 크게 덜고 장기간 건조에 따른 조선사 측의 리스크를 대폭 줄였다.
또 세계 최대 규모의 FPSO임에도 불구하고 턴키 방식으로 수주해 대우조선해양의 기술력을 전세계에 입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주로 FPSO는 발주사 주도 아래 구조물을 따로 발주해 합체하는 방식으로 완성해 각 사별로 최대 수주 규모가 5,000억원에 불과했다.
류완수 해양특수선사업본부장은 “국내 조선사들이 높은 가격에 선박을 수주하고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예상치 못한 후판 가격 상승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후판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전가할 수 있어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향후 해양 부문 수주에서 선례를 남기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해양설비의 신화를 창조한다=단일 규모로 1조원이 넘은 해양설비를 발주한다는 것은 오일 메이저라도 망설여지게 마련이다.
7만5,000톤에 달하는 철강재가 투입되고 수만 개의 파이프라인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는 FPSO의 특성 때문에 단 한 개의 결함이나 고장으로도 설비 가동이 중지된다. 그만큼 선주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크다. 대규모 해양 플랜트 공사에서 헐(선체) 부문과 설비 부문을 나누어 발주하는 것은 그 같은 위험을 낮추기 위한 것.
신동우 해양특수선사업기획팀 이사는 “오일 메이저사들이 한 조선사에 연속적으로 설비를 발주하는 것은 보기 드문 경우”라며 “하지만 셰브런텍사코사와는 지난 10여년 동안 7개의 해양 프로젝트를 연속적으로 수행할 만큼 기술력에 대한 두터운 신뢰관계를 구축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