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단말기 공짜로 줍니다"

「고기를 낚으려면 미끼를 던져라」대형 엔터테인먼트 소매업체인 버진 메가스토어스가 1만명의 고객들에게 인터넷 단말기(사진)를 공짜로 나눠줬다. 물론 순수한 고객 서비스를 위해 400만달러라는 거금을 들이는 것은 아니다. 400달러짜리 인터넷 단말기는 이 회사의 마케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투자. 고객들이 자주 들르는 사이트나 고객들의 개인 정보 등을 줄줄히 낚아 올리는 「미끼」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단말기로 인터넷에 접속하려면 항상 버진 메가스토어스의 새로운 포털 사이트인 버진커넥트를 거쳐야 한다. 때문에 버진 메가스토어스는 단말기를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브랜드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객들이 좋아하는 사이트나 관심 분야 등을 조사·분석해 개별 고객들의 성향을 파악함으로써 광고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다. 버진 메가스토어스와 손을 잡고 단말기를 제조·공급한 인터넷 어플라이언스 네트워크(IAN)의 마케팅 총괄 책임자인 보니 슈왈츠는 『앞으로 확실한 타깃 고객층을 상대로 직접적인 광고를 할 수 있게 된다』며 『고객들의 승인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마케팅을 효율화하는데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고주 입장에서도 해당 상품이나 서비스에 관심이 많은 고객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사이트 광고 수익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게 회사측 전망이다. 버진 메가스토어스는 광고 수익 등을 통해 400만달러의 투자금을 곧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기존의 인터넷 및 컴퓨터 관련 업체들은 버진 메가스토어스가 배포한 것과 같은 인터넷 단말기가 저가에 PC를 대체하면서 시장을 넓힐 것이라고 보고 인터넷 전용 단말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빠르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데다 PC에 비해 훨씬 작고, 가격도 400~500달러 선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부담없이 인터넷을 이용하려는 고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아메리카 온라인(AOL)과 게이트웨이가 AOL 컨텐츠를 제공하는 디지털 기기를 오는 연말 출시를 목표로 공동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으며, IBM과 컴팩,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사업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인터넷 단말기 수는 약 10만대. 아직 잠재 시장 규모는 가늠할 수 없지만, 미국 조사업체인 가트너의 애널리스트 안드레아 레온은 올 연말까지 인터넷 단말기 수요가 5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신경립기자KLSIN@SED.CO.KR 입력시간 2000/04/14 20:05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