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4ㆍ3카드대책으로 금융권에서는 펀드까지 조성해 카드채 만기를 연장해주고 있는 반면 정작 공공성이 강한 연기금들은 카드채를 속속 상환받아 신용카드사의 자금난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정부의 카드대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국민연금과 군인공제회 등 대규모 연기금들은 카드채를 발행회사에 따라 선별적으로 상환을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은행과 투신ㆍ보험사 등 금융권에서 5조원 규모의 뮤추얼펀드를 만들도록 해 카드채 만기 연장을 도와주는 등 시장안정책을 펴고 있는 것과 정면 배치되는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권에서는 자금부담과 위험을 감수하면서 무리하게 만기연장을 해주고 있는데 오히려 준 공공기관인 연기금들은 카드채를 상환받고 있다”며 “연기금의 리스크를 금융회사들이 대신 짊어지고 가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5월들어 L카드사의 100억원대의 기업어음(CP)에 대해 K연기금측에서 만기연장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소형 카드사들의 CP를 중심으로 연기금들이 만기 상환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금융권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연기금들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기금 의 자산운용 담당자는 “카드채 만기연장에 대해 정부나 금융당국으로부터 협조공문 한 장 받은 것이 없다”며 “아무 근거도 없이 리스크가 큰 카드채의 만기를 연장을 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기금 운영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도 커졌기 때문에 연기금이라고 무조건 정부시책에만 맞출 수 없다”며 “협조는 하더라고 무리한 투자는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