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3대 현안' 돌파구 안보인다

정기국회 회기 보름밖에 안남았는데…
여야 지도부 물밑 절충 불구 이견 못좁혀
예산안, 감세안에 발목…처리지연 가능성
한미FTA비준은 상임위 통과조차 힘들듯

정기국회가 다음달 9일 회기 마감을 보름가량 앞두고 있지만 내년도 예산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비준안, 주요 감세안 등 3대 현안을 놓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미 FTA비준은 현실적으로 연내 처리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예산안 역시 부수 법안인 감세안 등에 발목이 잡혀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는 잇따라 물밑 절충을 시도하고 있지만 현안들의 조속 처리에 원칙적 공감대만 이루고 있을 뿐 각론에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회동했으며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주 후반께 전화접촉 등을 시도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대표가 (17일) 정 대표를 청해 두 시간 가까이 저녁 식사를 한 것으로 안다"며 "두 분 모두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걱정했지만 민주당이 요구하는 부가세 인하에 대해서는 박 대표가 협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홍 (원내)대표도 원 (원내)대표와 회동요청을 하기 위해 지난주 후반께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요청했지만 저쪽(원 원내대표)측이 잘 응하지 않고 시간을 끄는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 역시 "두 대표 간에 특별히 합의된 것은 없는 것 같다"며 "특히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 문제로 불구속 수사를 정 대표가 요청한 것 같은데 진전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또 다른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김 최고위원 문제는 여당 지도부가 원만한 해결을 시도했지만 김 최고위원의 잇따른 검찰 공격발언으로 수사라인의 심기를 건드려 여당 지도부가 더 이상 중재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정 대표는 김 최고위원 구명에 당내 일부 중진들의 우려를 감수하면서 승부수를 던진 상태라 일이 원만하게 풀리지 않을 경우 여당에 더욱 강공으로 나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이번주 중 원 원내대표와의 회동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성사 여부를 점치기 어렵다는 게 양당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정치권은 한나라당 지도부가 오는 26일 이명박 대통령 귀국 이후 청와대와의 물밑 교감을 나눈 뒤 이를 바탕으로 야당과의 절충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민주당은 새해 직전까지 벼랑 끝 전술을 펴며 올해 말까지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 한미 FTA비준안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다음달 초 종합 피해산업 대책을 발표, 연내 처리를 시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FTA 보완 입법부터 처리한 뒤 내년 미국 의회의 비준동향을 보고 우리도 비준에 나서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비준안이 여야 합의로 주무 상임위원회(국회 외교통상통일위)를 통과하기조차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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