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구조 투입 제때 하려면 민간잠수사 인력풀 만들어야"

휴먼인러브 긴급구조단장 유계열씨
20년 봉사 공로에 장관상 수상
"신원 파악에 시간 허비 말고 재난현장 봉사 길 열어줘야"


"대형 해상재난을 대비해 실력 있는 민간잠수사로 이뤄진 인력 풀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분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잠수사들이 제때 투입돼 구조할 수 있지요."

국제구호개발 비정부단체(NG0) 휴먼인러브의 긴급구조단장을 맡고 있는 유계열(56·사진) 민간잠수사는 진도 팽목항에서 해양경찰청이 민간잠수사 투입에 앞서 신원을 파악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곱씹어야 했다. 유 단장을 포함한 휴먼인러브 자원봉사 잠수사 7명은 참사 직후인 지난 4월17일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들이 세월호 실종자를 수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9일간 텐트에서 쪽잠을 자며 수중 가이드라인 설치 등 민관 구조활동을 위한 지원작업을 이어갔다.

지난 5일 유 단장은 서울경제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소중한 아이들과 그 부모들을 생각하면 힘들다고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며 구조활동 당시를 떠올렸다.

유 단장의 구호 자원봉사는 세월호 참사가 처음이 아니다. 1993년 위도 페리호 침몰사고를 비롯해 1994년 성수대교 붕괴,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등 실종자 수색 현장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그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나눔을 실천한 '행복나눔인' 40명에게 주는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았다.

그는 "실종자들이 수습돼 올라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식을 둔 부모 입장에서 가슴이 아팠다"며 "어린 생명을 구하기 위해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더 안타깝고 분노가 일었다"고 토로했다. 유 단장도 3차례 걸쳐 잠수했지만 사고 초기 선수마저 물밑으로 가라앉고 빠른 유속에 배가 움직여 적극적인 수색은 하지 못했다. 참사 83일째를 맞았지만 아직 실종자 11명은 돌아오지 못했다.

그는 1993년 페리호 침몰사고 현장에서도 자원봉사 잠수사로 활약해 실종자 3명을 수습했다. 그는 "20년이 지났어도 안전불감증, 재난 현장의 컨트롤타워 부재 문제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세월호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안타깝게 2명의 민간잠수사가 사망했는데 고인 중 한 명과는 개인적 친분도 있었다. 구조 현장에서 수시로 나타나는 돌발 상황에 잠수사도 생명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최악의 조건에서도 구조를 할 수 있는지 자신을 냉철히 바라볼 뿐 영웅심 같은 것은 없다"며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구조 성과를 내는 데 욕심을 부리는 것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군 특수부대(UDU) 출신으로 1982년부터 산업잠수사로 활동해 잠수경력만 30년이 넘는 잠수 전문가다. 대한민국 특수임무유공자회 소속으로 휴먼인러브에서 긴급구조단을 세워 2004년 태국 쓰나미, 2010년 아이티 대지진, 지난해 필리핀 하이옌 태풍피해 등 해외 재난지역 4곳에서도 구조를 도왔다.

그동안 민간잠수사들이 익사자 시신수습 비용을 놓고 흥정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유 단장은 비난만 할 게 아니라 선의를 가진 잠수사들이 재난 현장에서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참사에서처럼 잠수사 능력을 파악하고 선별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일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모든 산업 및 민간잠수사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제때 투입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복나눔인상을 구조활동에 대한 격려로 생각한다고 수상소감을 밝힌 그는 "자원봉사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며 얻는 것도 많은 만큼 후배 잠수사들도 많이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생사가 갈리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대가를 바라지 않고 봉사할 수 있는 가슴 뜨거운 사람들끼리 구조활동을 계속 이어가는 게 앞으로의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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