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그림자금융(섀도뱅킹)'이 연초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이들 상품이 잇달아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할 경우 은행 간 신뢰상실로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며 중국을 넘어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그림자금융을 대표하는 상품인 신탁투자상품에서 원금손실이 발생해 투자자 십수명이 중국 공안에 발행사의 디폴트 여부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안은 이에 따라 정식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투자자들은 "10%의 고금리를 약속받고 발행사인 '베이징롤인'에 투자했지만 이자는커녕 원금마저 떼였다"고 호소했다.
이 상품은 지난 2012년 신탁회사 베이징롤인이 청두 지방정부의 건설 프로젝트 등에 투자해 고수익을 달성하겠다며 약 10억위안 규모로 조성했다. 투자자들은 발행사가 작은 규모임에도 핑안보험·중국건설은행·흥업은행·민생은행 등 대형 판매사의 투자보증을 믿고 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상품 만기일인 지난해 말 투자자들은 원금조차 받지 못했다. 발행사는 20일 투자자들에게 1억위안을 지급한 데 이어 이달 말까지 6,000만위안을 추가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원금에 한참 못 미친다.
앞서 중국 최대은행인 공상은행(ICBC)도 자사 창구에서 판매한 30억위안(5억달러) 규모의 자산관리상품(WMP)에 대해 상환보증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발행사의 디폴트 위기가 높아지는 만큼 손실을 무작정 떠안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투자상품 부실 우려로 은행 간 신뢰도가 낮아지며 단기금리가 급등하자 20일 인민은행은 3,750억위안의 유동성 공급을 재차 단행하기도 했다.
투자신탁 및 자산관리 상품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그림자금융은 지난 2년 동안 특히 급증했다. 낮은 은행 이자율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보장하는 이들 상품으로 앞다퉈 옮겨갔기 때문이다.
WSJ는 중국 내 그림자금융 규모를 30조위안(5조달러) 이상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잉투자와 부동산 하락 여파로 투자상품의 부실이 확인되면서 또 다른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그림자금융 상품의 상당수는 중국 지방정부 채권에 투자해 지방부채 위기에 따른 동반부실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CNN은 "그림자금융의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효과는 단기에 그쳤다"면서 "올 초 불거진 위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